시와 수필

깊이에 대하여

구름뜰 2011. 11. 7. 09:16

 

 

 

자판기 커피 뽑는 것도 시비꺼리가 될 수 있는지,

종이컵 속 커피 위에 뜬 거품을 걷어내면,

"왜 거품을 걷어내느냐?"고 묻는 이가 있다.

나는 "커피의 깊이를 보기 위하여"라고 대답한다.

마음에 없는 말 일 수 있다.

인스턴트 커피에 무슨 근사한 깊이가 있느냐고 물으면,

대단치 않는 깊이에도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해준다.

모두 얕다.

기실 따뜻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대단찮은 깊이까지 사랑한다고 해도,

커피는 어두워 바닥을 보여주지 않은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마실 어둠의 깊이를 얕볼 수 없다.

싸고 만만한 커피지만,

내손이 받쳐 든 보이지 않는 그 깊이를 은밀하게 캐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걸 누가 쉬이 들여다볼 수 있단 말인가?

-이하석  (2010 현대문학 10월호)

 

 

 

 

깊이!

 

의미 없는 물음,

마음에 없는 말

대단치 않은, 또는 근사한,

얕거나 깊거나

 

내 손에 바쳐든 종이컵

심연(深淵) 보다 깊을 때있다.

'따뜻하다'는 이유만으로..

 

얕볼 수 없다.

스며듦으로,,

인스탄트 커피 한 잔

깊지만  얕고

얕지만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