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숙모님을 보내드리며....

구름뜰 2011. 12. 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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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처럼 눈이 커서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 눈빛만 봐도 순한 마음이 되던,

인사를 드리면 씨~익 웃기만 해서 오래 쳐다 볼 수도 없었던,

언제나 순한 모습이시던 내 막내 작은 아버지.

 

그 작은 아버지와 오누이처럼 다정한 성향이 닮았던,

내가 어쩌다 시골에 가게되어 "작은 엄마" 하고 부르면 

작은 아버지처럼 엷은 미소로 반겨주시던.....

숙모님!

며느리 다섯중에 막내로 집안 대소사에선 언제나

그림자처럼 부엌으로 먼저 드시던, 내 기억속 당신은 한번도 당신  목소리를 크게 내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당신 음성은 가까이 가서 귀 기울여야 들을 수 있을 만큼 조용한 분이셨습니다.

 

내일이 작은 딸 시집가는 날인데, 잔치에 쓸 음식 준비해 두시고

머리아프다며 쓰러진 것이 이승의 마지막 모습이셨다구요. 말 한마디 못한 사별이라니요..

당신께서 손수 만든 음식은 당신의 장례  음식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누가 자신의 장례 음식을 준비해 두고 간단 말입니까...

하늘이 야속하고 무심탄 말은 이럴때 쓰는 말이지요.

당신은 아니계시지만 당신이 준비해 놓고 간 음식들 눈물과 함께 삼켰습니다.

맛있었습니다. 소의 되새김처럼 당신을 느낄 수 있어서 그렇게 당신을 음미했습니다.

 

눈이야 뜨고 있지만, 이야 당신 빈소에 서 계셨지만,

작은 아버지의 혼은 당신을 따라 가신 분 같았습니다.

살아는 있으되 살아있는 모습이 아니셨습니다..

말도 눈물도 잃은 모습! 제정신이 아닌 모습이어서 가슴이 미여져서

작은 아버지 서계신 쪽으로 고개를 돌릴수도 없었습니다.

그 순한 눈빛을  어쩌면 좋을까요. 

 

작년, 큰딸 잔치에 놀러 갔을때 앞집을 사들여서 마당이 이렇게 넓어졌노라며

대문이 2개가 되었노라며  모처럼  따뜻한 속내를 보이시며  자랑하시던,

그 정원도 좋았지만  반들 반들 윤기나는 장독대로 제 눈길은 더 갔었습니다.

숙모님 손길 밴 윤기나던 장독대는 어찌하며,

정원에 피던 수 많은 꽃들은 뉘를 보고자 필 것이며 뉘와 함께 할런지요.

그 큰 집 그 큰 빈자리를 어찌 감당하실런지요.

 

엾은 작은 아버지.  

둘이서 농사 짓던 포도밭에 숙모님 누이시게 될줄, 

그 곳이 저승자리 될 줄을 생전에 꿈엔들 생각이나 하셨을지요. 

집에서 고개만 쭈욱 내밀면 보이는 그 포도밭에

당신 누이시고 삼동 긴긴밤 당신곁이 그리워 밤마다 포도밭으로 가실 까 걱정입니다.

 

숙모님,

이승 막내며느리 자리 힘드셔서 저승엔 맏이로 들고 싶으셨나요?

살아남은 사람이야 어떻게든 산다지만 순한 눈 껌벅이던 작은 아버지

조카인 내게도 이리 밟히는데. 당신은 어찌 떠나실 수 있었는지요.

인명은 재천이라지만, 당신도 하늘을 원망하고 계시는지요.

명복을 빌어 드리지만 당신은 명복을 사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디 명복을 받으소서..

2011, 12, 3,

 

** 오늘 장례식을 치른 내 숙모님을 생각하며 적은 글입니다.

올해 57세로 앞으로 20년, 아니 이틀, 단 2분 만이라도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라도 남기고 가셨다면 덜 안타까울 텐데..

남은 가족들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막내 숙모님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저승에선 이 승에선 못다한 것들 다 누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