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꽃
해가 진다
내 소원 하나
살찐 보름달 아래 늑대 되리
누우면 끝장이다
앓는 짐승이
필사적으로
서 있는 하루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 중략
어쩌자고 이렇게 큰 하늘인가
나는 달랑 혼자인데
이런 날이 있었다
길 물어볼 사람 없어서
소나무 가지 하나
길게 뻗어나간 쪽으로 갔다
찾던 길이었다
답답할 때가 있다
이 세상밖에 없는가
기껏해야
저 세상밖에 없는가
곰곰이 생각건대
매순간 나는 묻혀버렸다
그래서 나는
수많은 무덤이다
그런 것을 여기 나 있다고 뻐겨댔으니
고군산 선유도 낮은 수평선
해가 풍덩 진다
함부로 슬퍼하지 말아야겠다
무욕만한 탐욕 없습니다
그것말고
강호 제군의
고만고만한 욕망
그것들이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의 진리입니다
걸어가는 사람이 제일 아름답더라
누구와 만나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제일 아름답더라
솜구름 널린 하늘이더라
실컷
태양을 쳐다보다가 소경이 되어버리고 싶은 때가 왜 없겠는가
그대를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였다
이웃을 사랑한다며
세상을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고 말았다
시궁창 미나리밭 밭머리 개구리들이 울고 있다
- 고은
마지막 연의 메세지가 좋다.
그대를 위한다며,
실상은 그 어떤 것도 그대를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고백하노니.....
사랑은 자신을 직시하는 일임을,
내가 사랑하는 그 어떤 것도 당신채로 여야 함을
내 사랑이 나에 대한 당신의 사랑 때문이 아니라,
내가 너처럼 나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겨울 나목.
깨어있나니..
그 삶이 겨울빛으로 빛나노니.
.봄은, 무성한 여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올 지니,
사랑하노니, 홀로 사랑할 줄 아는 것들에,
깨어있음에 경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