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 아침입니다.
2
여기 두부가 있다
무색무취에다 자의식이 없는 두부는 돼지비계와 붙고 김치에 붙고 쓸개와도 어울린다
어떤 맛도 주장하지 않는 두부는 모든 맛과 거리를 두고 있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다
두부는 그냥 두부일 뿐,
아마 중용이란 낱말에 혀를 대어보면 십중팔구 두부맛이 나리라
네모로 잘리든 형이 으깨져 동그랑 땡이 되든 말 그대로 무아 무상이다
반야심경을 푹 우려낸 물에 간수를 넣어 굳히다면 아마 두부가 되리라
3
두부쯤이야
단숨에 짓뭉개버릴 수도, 심장 깊숙이 칼을 꽂을 수도, 나는 두부 앞에서 당당하다
젓가락으로 모서리 한 점을 건드려 본다 기다렸다는 듯 두부는 스스로 제 살점을 뭉툭 떼어
젓가락 쪽으로 옮겨 앉는다
칼로 잘라본다 칼이 닿자마자 두부는 온몸으로 칼을 받아들여 칼의 길이 되어버린다
큰 육모, 작은 육모, 조각 난 두부 어디에서도 칼의 흔적 칼의 상처를 느낄 수 없다
어느 칼잡이의 칼을 받아내는 솜씨가 이러할까 고수 중에 상고수다
-김영미 두부 중에서
김영미 시 두부 1~ 4 중 2와 3 부분이다.
중용이란 낱말에 혀를 대어보면 두부맛이 나리라.!!!
반야심경을 우려낸 물에 간수를 넣어 굳힌다면 두부가 되리라.
자의식이 없는 두부, 주장하지 않은 두부, 어느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두부
어느 누가 두부에 대하여 이만한 성찰을 했던 적이 있던가.
두부 시를 쓴 시인은 두부에 관한한 제일 깊게 성찰하게 되지요.
시를 쓴다는 것은 사물을 상하좌우 동서남북으로 들여다 보기하는 일,
대상에 대한 사실과 진실을 직시하는 것, 곧 진정성에 이르는 길.
시적인식은 편향된 시각이나 왜곡된 관점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니, 시를 쓰지 않더라도 읽을 일이다.
2012년 새해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한 살 더 먹었으니 더 성숙하고 아름다워져야 겠지요.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나의 내일이 더 충만해져야 겠지요.
쉽고 순조로운 일들만 기다린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우리를 성숙케하는 일들은 대체로 시련과 아픔이지요.상처는 새살을 만듭니다.
그러니 내게 닥친 일들에서 어떻든 최선을 다하는 날들이여야 겠지요.
그것이 살아있는 사람의 몫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올해는
힘들때는 시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따뜻한 진정성이 담긴 위로가 그리울때,
시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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