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
10대 시절 부엌천장을 다락방으로 활용한 한옥집에서 살았는데
큰방에서 벽장문을 열고 목계단을 오르면,
안온한 느낌이 좋았던 기억 그곳 앉은뱅이 책상에서 책을 보거나 혼자서도 잘 놀던 기억이 있다.
시를 쓰는 지인은 형제가 많아선지 유년시절 비오는 날 등교길 우산속이
자신의 공간으로 유일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공간! 작든 크든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건
어머니 품같은 또 하나의 품을 갖는것처럼 기분좋은 일이다
우산속 공간에서도 자유를 느꼈다는 지인처럼
작년 여름 새 아파트에 이사오면서 어린시절 다락방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이 곳에서 내가 누리는 것들은 눈에 보이는 이상이지만,
구름뜰 블로그 손님들께 눈요기라도 하시라고 저만의 공간 소개함다.
(하나도 안 궁금한 분 있을텐데.. ㅎㅎ 엄청 궁금한 분도 있을테고.. )
안방은 문을 열면 방이 2개다.
덕분에 첫번째 방을 서재로 꾸미고 안쪽은 침실로 쓰고 있다. ㅎㅎ
볕 잘드는 서재에 모아둔 선인장류다.
가시만 있고 잎하나 없는 멋대가리! 식물이라며 내짝은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이것들을 이뻐한다. 말하자면 멋대가리 없는 멋 때문이다..ㅎㅎ
지난번 살던 아파트에서 거실 한쪽에 두었던 것을 애완견 질투하듯 못마땅해 하는 걸 보고
햇살좋은 베란다에 내 놓고 나 혼자만 즐겼던 선인장이다..
그러다 지난여름 이사오자마자 서재로 들였다.
키큰 선인장은내가 마흔을 앞둔 나이에 모신문사에 취직 되었을때. 첫 월급으로 구입한 것이다.
말이 월급이지 원고료 정도여서 옷 한벌 사 입을 돈도 못되었고,
의미있는 무언가로 남겨두고 싶어서 선택한 거였다.
벌써 7,8년이나 되었다.
어느 밤, 취중이었던 것 같은데. 남편이 나도 잠든 사이에 선인장곁에 갔다가 한방 쏘인건지!
이튿날 아침 돋보기를 껴고 가시를 빼준적이 있다.
야밤에 선인장이 꼬신것도 아닐테고, 저 싫어하는 줄 알고 한방 쏜건지. ㅋㅋ
이후로 내 짝은 선인장 주변엔 얼씬도 않는다.ㅎㅎ
책 사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 내게 이공간은 정말 꿈같은 곳이다..
아마도 내게 이런 습관이 없었다면 남편도 이런 공간으로 내어줄 생각은 못했을 터인데
그리보면 이 공간은 혼자서도 잘노는 내 습관을 인정해준 셈인데..
기대에 부응할 만큼 좋은 결과가 없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멀고 험한 길이고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길도 아니니,
살아가면서 그 요원한 일을 나는 즐길 준비는 되어 있는것 같다.
서재를 꾸미면서 책꽃이나 책상 등도 내 맘에 드는 것들로 채웠다.
책들도 아주 오래전부터 멀게는 30년 전 것 까지
펼치면 책 내용뿐 아니라 그 시절 추억들도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것들도 있다..
특히 시집에서 그렇다.
책장 맞은 편에 책상이 있는데 이곳에서
몇 시간이고 컴 작업을 해도 전혀 시간가는 줄을 모를때가 많다.
이 공간에서는 음악도 맘껏 들을 수 있다.
오디오시스템도 지난번 살던집 입주기념으로 쌈짓돈을 헐어서 구입한 것인지라,
또한 애착가는 물건이다. 연식이야 15년이 넘었지만 음향 성능은 그대로다
내게 이 공간을 양보한 짝궁에게 고마운 일이다.
더군다나 선인장의 불침번 때문인지ㅋㅋ
이 공간엔 그닥 관심도 없다. ㅎㅎ
공간중에 가장 넉넉한 곳은 역시 자연의 품이라는 것을 몇 년 전에 느낀적 있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반나절 넘도록 금오산 야트막한 동산에서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는데
드문 인적 때문이었는지 함께한 사람이 좋아서 그랬는지
자연의 품에 온전히 든 것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옛부터 산으로 드는 성자들이 많았던 것만 봐도 자연을 닮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 아닐까 싶다.
고 법정스님은 출가를 앞두고 책을 두고 가는 것이 제일 고민이었다는 일화가 있다.
스님들이 산속에서 자연을 누리는 것은 부처님 덕분인지도 모르다.
나는 책을 빌미삼아 나만의 공간을 누리고 있으니, 열심히 정진이라도 해야 하는데.
내방에 있는 저 많은 작가들 중 한사람에게라도 제대로 필 꽂혀서 닮아가야 하는데
이 책들에 주눅들 날이 와야 할 터인데 아직은 절실하지도 불편하지도 않다.
그냥 즐기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