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오래된 일기장 속에서..

구름뜰 2012. 1. 31. 22:02

 

 

 

책장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

17년 전에 쓴 일기인데 아득한 미래였던 오늘에서야 읽어보니 내게 이런 일 이런 시간도 있었구나 

생경스러운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띄어서 그대로 올려봅니다.

 

1995년 5월 4일의 일기  

며칠 전 권이에게 거지이야기를 해 주었다.

거지들은 배가 고프면 땅에 떨어진 것들을 주워먹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낮에 양파링 한 봉지를 사 주었더니 기어코 과자 봉지를 들고 밖에 나가서 먹겠단다.

그러라고 내보냈는데

저녁 무렵 한 숨 푹 자고 11시쯤 일어나서는 밖은 깜깜한데 내게 권낸 말,

"엄마, 지금 거지 아이들이 과자를 주워먹고 있어"

"권이야 무슨 말이니?"

"엄마, 내가 낮에 거지들 먹으라고 과자를 땅에다 버려놓고 왔어,

그래서 지금 거지들이 과자 주워먹을 거야."

이렇게 순수한 천사같은 이 아이의 동심에

조금이라도 상처가 나지 않게 나는 잘 키워야 한다. 

권이야 너는 정말 천사구나!

 

내일이면 일병계급장을 단다고 신이나서 전화온 작은아이 이야기 입니다.

요즘은 부대에서 눈만 치우고 있다는

그녀석이 만 4세가 되기 전에 있었던 일 입니다.

 

나는 땅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먹지 말라고 한 얘기 같은데.

아이는 버려 놓아야 먹을 거지 입장을 생각한 게지요. 

먹지 말아야 한다고 일러준 것을 먹게 하기 위하여 버리고 온 아이.

동심을 일찌감치 잃어버린 어미는 급 놀라고 있습니다.

이 동심을 어떻게 지켜줘야 할지 몰라서

이미 잃어버린 내겐 없는 동심앞에서 무기력해진 내가 보입니다.

 

'신적자 생존'이란 말 있지요 적는자 만이 살아남는다.

소홀히 할 수 없는 매력있는 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