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고독한 사냥꾼
구름뜰
2012. 2. 14. 08:48
남자국(男子國)이라는 나라에 사냥꾼 마을이 있었는데 그 마을에 여자는 없고 남자만 있었다는구나. 사냥만 하고 살았는데 총소리를 허공에 묻고 마음이 올 때 그때가 사냥철이었다는구나. 사냥철이 되면 사냥꾼의 기새가 하늘까지 뻗었는데 그땐 온 마음이 텅 비었다는 구나. 그런데 그 텅 빈 마을에 사냥도 나가지 않고 총만 매만지는 한 사냥꾼이 있었는데 사냥철에 사냥도 하지 않는 게 무슨 사냥꾼이냐고 하면 언젠가 때가 오면 꼭 잡아야 할 짐승이 있다고 했다는구나. 그때가 제 사냥철이라고 했는데 어느 날 드디어 그때가 왔다는구나. 그 사냥꾼은 아무도 모르게 넓은 평원으로 나가 오래오래 지평선을 바라보았는데 몰래 뒤를 밟은 사냥꾼들은 숨을 죽였다는구나. 그 사냥꾼이 마침내 그래, 마침내 탕! 무엇이가를 향해 한 방 쏘았는데 그랬는데 그 사냥꾼이 죽을 힘을 다해 쏜 것은 '적막'이었다는구나. 적막이라는 무서운 짐승!
-천양희(1942~ )
그 짐승은 63빌딩보다도, 월드트레이드 센터보다도 더 컸지만 눈도 코도 귀도 없고, 보이지도 않으니 언제 어느 순간에 나타날지 짐작도 못했을 터인데, 어떻게 조준했을까.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그것이 총 한방에 어떻게 무너져 내렸을까.탕! 소리다음에 울려 퍼졌을 적막의 소리, 그 적막이라는 짐승의 사채는 어떻게 찾고 끌고 갔을까?
-최정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