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우듬지

구름뜰 2012. 3. 21. 07:14

 

 

 

 

나무 밑동을 안았는데 왜 우듬지가 먼저 기척을 하는지

 

언젠가 당신이 내 손을 잡았을 때 내게도 흔들리는

우듬지가 있음을 알았다.

 

빠른 속도로 번지는 노을, 그 흥건한 몸에 한철 밥 말아

먹었다 너무 뜨겁거나 매웠지만

 

상처라도 좋아라 물집 터진 진물에서 박하 냄새 맡던

저녁, 내 속으로 한 함지 돼새 떼 쏟아져 날았다.

 

손 닿지 않는 곳에 뭘 두었니? 당신이 숨긴 우듬지엔

만질 수 없는 새소리만 남아

 

어느덧 말라버린 무화과 꼭지처럼, 살이 쏙 내린 잔뼈로

이름만 얽어놓은 그곳, 닿을 수 없는

-이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