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평생

구름뜰 2012. 4. 25. 08:58

 

 

 

월하리 은행나무가 이렇게 늙어도 매년 열매를 열 수 있었던 까닭을 노인은 개울이 은행나무 근처 흘렀던 탓이라고 전해주었다 개울의 수면을 통해 자신의 그림자와 맺어졌다는 이 고목의 동성애와 다름없는 한평생이 은행의 다육성 악취와 함께 울컥 내 인후부에 머문 어느 하루! 누구라도 자신을 그대로 사랑할 순 없을 거다 한 절의 화장한 자신을 사랑한다는 나르시시즘이 그렇게 뚱뚱해지거나 늙어가고 있다

-송재학

 

개울이 은행나무 근처에 흘러서 매년 열매를 맺었다는 은행나무!

그에게 개울은 무엇일까요?

개울이 은행나무 근처를 흐르는 일,

개울에 비친 자신을 오래도록 들여다 보는 일,

은행나무는 암수로 마주서서 자란다지요. 

오래도록 자신을 들여다 본 사람들은 알지요.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  너와 내가 둘이 아니기도 하단걸 말입니다.

지독한 너가 내 안에 공존하는 시간들 말입니다.

개울이 옆에서 단지 흐르기만 하는 일이,

새순을 퍼뜨리는 일이고, 열매맺는 일이지요,

네가 내 곁에 머무는 일은

단비내리는 아침을 함께 느끼는 정도 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