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납치의 시

구름뜰 2012. 5. 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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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찾아온 것 같다.

온 동네가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친구는 이 꽃이 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연산홍의 꽃말이 첫사랑이라고 한다.

마음만 붉어지는 첫사랑에 비하면 정말 야한색이다.

 

카메라를 들고 아파트앞 논밭으로 저수지로 산책을 다녀왔다.

신록의 계절, 오월

계절의 여왕 오월 답다.

눈 가는 곳마다 마음이 붉어진다.

 

 

 

 

 

 

 

 

 

시인에 의해
납치되어 본 적이 있는지
만약 내가 시인이라면
나는 당신을 납치하여
시구(句)들과 운율 속에 당신을 집어넣고
조운즈 해변이나
혹은 아마도 코우니 아일랜드로
또는 아마도 바로 우리 집으로
당신을 라일락꽃 속에 노래 불러 드리고
당신에게 비를 마구 맞히고
내 시야를 보완하기 위해
해변 속으로 용해시키고
당신을 위해 거문고를 켜고
당신을 얻기 위해선 어떠한 것도
내 사랑의 노래로 당신을 노래 부르고

당신을 적색 흑색 녹색으로 두르고
어머님께 당신을 보여 드리리라
그래요 만약에 내가 시인이라면 나는 납
치할 거야 당신을

- 니키 지오바니(1943∼ ) / 이일환 번역

 

 


 

난 아직 시인이 아닙니다. 그래서 당신을 납치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기꺼이 내 시 속에 납치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시 말고도 이 세상에는 좋은 것이 많이 있으니까요. 언젠가는 나는 진짜 시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진짜 시인이 된다면 당신을 납치해 비를 마구 맞히겠습니다. 그 빗속에서 당신이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시는 진짜야, 이 시는 나의 지금까지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해, 이 시는, 이 시는…. 지금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언젠가는 시인이 되어 당신을 납치할 수 있는 시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최정례·시인>

 

 

 

꼬물꼬물한 것은 올챙이 입니다.

뭉쳐서 한 덩어리로 저러고 놀고 있더군요.

 

 

 

 

 

 

 

 

 

 

최정례 시인이 중앙일보 오피니언 란에 올린'시가 있는 아침' 마지막 글이다. 오월부터 이영광 시인이 맡았다. '치의 시'와 ' '그때까지 안녕히'라는  글이 리듬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이 세상에는 좋은 것이 많이 있으니까요..내가 진짜 시인이 된다면 당신을 납치해 비를 마구 맞히겠습니다. 그 빗속에서 당신이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휴~ 우 시인이 되면 납치도 하고, 비도 마구 맞히고... 어쩌지요 이 아침엔 비가 다녀갔는데  누가 나를 비 맞혀 주고 납치해 준다면, 내가 맞는 비가 시라도 될 수 있다면,..차라리 내가 납치 할까요.  시인이 되면.,,, 그 날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