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달밤

구름뜰 2012. 7. 26. 11:43

 

 

 

 

언제부터인지 잠을 빨리 자는 습관이 생겼다

밤거리를 방황할 필요가 없고

착잡한 머리에 책을 집어들 필요가 없고

마지막으로 몽상을 거듭하기도 피곤해진 밤에는

시골에 사는 나는...

닭 밝은 밤을

언제부터인지 잠을 빨리 자는 습관이 생겼다

 

이제 꿈을 다시 꿈 필요가 없게 되었나 보다

나는 커단 서른아홉 살의 중턱에 서서

서슴지 않고 꿈을 버린다.

 

피로를 알게 되는 것은 과연 슬픈 일이다

밤이여 밤이여 피로한 밤이여

(1959년)

- 김수영

 

 

 

언제부터인지 잠에 들지 못하는 습관이 생겼다.

밤거리를 방황할 필요가 생겼고,

착찹한 머리에 책을 집어 들어도

떠나지 않는 몽상만 거듭해서 피곤해진 밤에는

시골에 사는 나는 ...

달 밝은 밤을

언제부터인지 잠에 들지 못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제 꿈을 다시 꾸게 된다.

나는 서른아홉 살의 중턱에서

서슴치 않고 꿈을 꾼다

 

피로를 알게되는 것은 과연 슬픈일이다

밤이여 밤이여 피로한 밤이여

 

 긍정과 부정, 시인은 강한 부정으로 강한 긍정을 끌어내고 있는 것 같다. 꺼꾸로 써 보아도 문장에 걸림이 없는, 김수영 시는 꺼꾸로 읽히는 힘이 있다. 

  "피로를 알게 되는 것은 슬픈일이다."  

피곤하다가 아닌. 시인에게 피로는 어떤 것일까. 삶, 사랑, 인간 그 자체. 달밤에는 자라는 것, 꿈도 없이 그냥 자라는 얘기 일까  아니면 자지 말고 깨어 있으라는 얘기일까. 살되 살지만 말고 살으란 얘기일까. 거꾸로 읽어야 더 쉬운 더 잘 읽히는 이런 시의 힘은 시인의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