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 /문정희
투옥당한 패장을 양심과 정의에 따라변호하다가 남근을
잘리는 치욕적인 궁형을 받고도 방대한 역사책 [사기]를
써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규명해 낸 사나이를 위한노래
세상의 사나이들은 기둥 하나를
세우기 위해 산다.
좀 더 튼튼하고
좀 더 당당하게
시대와 밤을 찌를 수 있는 기둥
그래서 그들은 개고기를 뜯어먹고
해구신을 고아먹고
산삼을 찾아
날마다 허둥거리며
붉은 눈을 번득인다
그런데 꼿꼿한 기둥을 자르고
천년을 얻은 사내가 있다
기둥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사내가 된 사내가 있다
기둥으로 끌 수 없는
제 눈 속의 불
천년의 역사에다 당겨놓은 방화범이 있다
썰물처럼 공허한 말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에도
오직 살아 있는 그의 목소리
모래처럼 시간의 비늘이 쓸려간 자리에
큼지막하게 찍어놓은 그의 발자국을 본다
천년 후의 여자 하나
오래 잠 못 들게 하는
멋진 사나이가 여기 있다
- [시와반시] 2001년 겨울호에서
나는 밀었는데 당신은 쳤다고 합니다.
나는 밀었다고 우기고 당신은 쳤다고 우겼습니다.
잠깐 생각해보니
내가 밀었어도 당신은 쳤다는 느낌 맞겠습니다.
밀어도 꿈쩍 않으면 치는 것 될 수 있겠습니다..
밀때 밀렸다면 밀었다는 느낌 들겠습니다..^^
**ㅎㅎ 도서관 주차장 좁은 공간에 주차를 하고 문을 열고 나오는데 갑자기 궁시렁 대는 소리.
이것이 뭔 소린가 보니 내 차 바로 왼쪽차에 젊은 청년이 문 내리고 내게 하는 소리였습니다. .
"네?"
"왜 치냐구요?"
"친거 아닌데요.."
"쳤거든요."
"폭이 좁아서 몸이 빠져나오느라 문을 살짝 민거예요.. ."
"좀 넓게 대면 되잖아요?"
"제가 넓게 대면 저 쪽에 차 한대를 댈 수 없을 것 같아서요."
......,
"미안합니다."
ㅎㅎ 이러고 올라온 도서관 자료실, 한 소리 듣고 올라오니 뒷꼭지에 볼멘 청년의 모습이 달라 붙습니다. 우린 매 순간 예기치 못한 환경에 노출 됩니다. 오늘도 좋은 순간, 탈 없는 순간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