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동원(東園)에서 국화를 보며
구름뜰
2012. 11. 3. 10:24
어린 날 예전에 가버리고
꽃 시절 다하였다
적막한 마음 달랠 길 없어,
다시 이 황양한 뜰에 왔다.
홀로 뜰 가운데 오래 서 있자니,
햇살은 없고 바람 차다
가을 남새는 죄다 잡초에 덮이고
그 좋던 초목도 시들고 꺼였다
잎 다 진 울타리 사이에
몇 떨기 국화만이 새로 피었다
잔 들어 술을 조금 따르고
그 곁에 잠시 머물러 본다
(........)
그대 국화를 돌아보며 이르노니,
이 늦은 때 어찌 홀로 고운가?
잔 들어 술을 조금 따르고
그 곁에 잠시 머물러 본다.
이 세상 어느 꽃이 나를 위해 피었겠는가. 나를 위해 피지 않았으니, 내가 그 꽃을 바라보고 쓸어보고 코를 갖다 댄다. 이 세상 어느 것도 내 것이 없으나, 지금 누린다. 어느 꽃도 돌아서면 다시 볼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이 삶이 그렇듯이, 그러고 보면, 이 '나" 한 내것은 아니다. 가졌다는 것 안다는 것이 참 부질 없다. 이 가을 "그대 때문에 잠시 웃어본다." 그 한마디가 백낙천이 전하는 소식이다. "산등성이 외따른 데 / 애기 들국화 //(,,,,) 다시 올까? /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 지금처럼 /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천상병 '들국화' ) 오늘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은다는 두려움, 우리가 한 번이라도 그 두려움에 떤다면 그때도 강과 바다가, 이 지구가 위험할까?- 정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