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소
구름뜰
2012. 11. 23. 08:44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웅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베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김기택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화물을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기고..
소의 되새김질이 아릿하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때, 그렁그렁한 마음이 웃음으로만 나올 때 있다.
왜냐고 물어와도, 해줄말이 있어도 침묵말고는 달리 없을 때 있다.
소의 둥근 눈과, 우리 삶의 몸짓들은
갇히고 싶은 감옥이고 가끔은 탈출하고 싶은 감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