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구름뜰 2012. 12. 2. 12:17

 

 

 

 

시 읽는 건 아주 좋아
짧아서 좋아
그 즉시 맛이 나서 좋아
나도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하고 동정할 수 있어서 좋아
허망해도 좋고
쓸쓸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파도
그 사람도 배고플 거라는 생각이 나서 좋아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누가 찾아 올 것 같아서 좋아
시는 가난해서 좋아
시 쓰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해서 좋아
그 사람과 헤어진 뒤에도
시 속에 그 사람이 남아 있어서 좋아
시는 짧아서 좋아
배고파도 읽고 싶어서 좋아
시 속에서 만나자는 약속
시는 외로운 사람과의 약속 같아서 좋아
시를 읽어도 슬프고 외롭고
시를 읽어도 춥고 배고프고
그런데 시를 읽고 있으면
슬픔도 외로움도 다 숨어 버려서 좋아
눈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눈에 파묻힌 집에서 사는 것 같아서 좋아
시는 세월처럼 짧아서 좋아

- 이생진

 

오늘 아침 구미에는 첫눈이 내렸습니다.

첫눈데 대한 단상은 사람마다 다양하겠지요.

눈 때문에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첫 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도 있을 테고

눈에 얽힌 추억이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테지요.

혹여 아무런 생각조차 없더라도 첫눈은 반가움이 되지요. 

 

눈은, 첫 눈은, 화들짝 놀랄 정도로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드는 걸 보면,

먼데님 소식 같습니다. 하늘이 조화를 부려서 보내주는 사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