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구름뜰 2012. 12. 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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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 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황인숙(1958~ )

 황인숙의 시는 침울하나, 통통 튄다. “삶이 쓸쓸하고 비루하고 덧없다는 것을” 아는 자의 명랑일까? 그의 시는 때로 단말마 같다. 그 아래 깔리는 음울한 분위기는 그 짧게 끊어 치는 터치들의 밑그림으로 태어난다. 잔뜩 흐린 날, 경쾌한 웃음을 날리며 콧노래를 부르며 하늘을 날아가는 마귀할멈 같다. 더러 동화를 읽을 때 나는 마귀할멈만큼 생의 비애를 아는 캐릭터도 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곤 한다.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끊어 치는 외마디 터치들 아래 깔리는 비루한 삶에 대한 저항의 몸부림. 그 저항마저 덧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무릅쓰고 삶을 수락한 자의 비애.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눈물이 난다.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듣고 있는가? 침울한 나의 다른 이름이여! -장철문

 

 

 

 

 

 

오늘자 조간신문에 실린 시 입니다.

이 시를 보다가 ' 그냥'이라는 말이 들어간 시들 생각나 올려 봅니다.

"그냥"이라고 말 할 수 있는 대상은 아무나는 아니지요.

아무나에게 그냥이라고 했다간 실없는 사람 되기 십상이지요.

 

하여 그냥이라는 말은 

그냥이 아닌 사람이어서 그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냥이 아닌사람이라서

그냥이라고 말해도 통하는.

 

세상은 수 많은 그냥이 있습니다.

창밖나무도 산도 내겐 늘 그냥같습니다.

때로는 무심했던 적 있었더라도

저것들은 나와 상관없이 늘 곁에 있는 그냥이었습니다.

 

그냥,

목적없고 대책없어도 좋은.

그래서 더 좋은,

 대책없이 그리운 날엔.

나도 '그냥'이라는 반열쯤에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냥이라는 말/ 조동례

 

그냥이라는 말..

참 좋아요

별 변화 없이 그 모양 그대로라는 뜻

 

마음만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난처할때

"그냥 했어요"라고 하면 다 포함하는 말.

 

사람으로 치면

변명하지 않고 허풍 떨지 않아도

그냥 통하는 사람

 

그냥이라는 말 참 좋아요

자유다 속박이다 경계를 지우는 말.

 

그냥 살아요. 그냥 좋아요

산에 그냥 오르듯이.

물이 그냥 흐르듯이

 

그냥이라는 말

그냥 좋아요.

 

 

 

 

그냥 / 이승희


 그냥
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아니면 그냥 이라는 말로 덮어 두고픈 온갖 이유들이 한순간 잠들어 있다. 그것들 중 일부는 잠을 털고 일어나거나 아니면 영원히 그 잠 속에서 생을 마쳐 갈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그냥 속에는  그냥이 산다는 말이 맞다. 그냥의 집은 쓸쓸 하겠다. 그냥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술처럼 그렇게. 

 그냥
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깊
은 산 그림자같은, 속을 알 수 없는 어둔 강물 혹은 그 강물 위를 떠가는 나뭇잎사귀 같은 것들이 다 그냥이다. 그래서 난 그냥이 좋다. 그냥 그것들이 좋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들의 물살이 가슴에 닿는 느낌이 좋다.

 

 


 

그냥/문삼석

 

엄만

내가 왜 좋아?

 

-그냥.....

 

넌 왜

엄마가 좋아?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