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낯선 곳

구름뜰 2013. 1. 16. 09:42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그는 숲이다. 나무 한 그루 들풀 한 포기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그에게는 모여서 큰 숲이 된다. 나는 그에게서 영원한 청년을 본다. 끝없이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유목민 청년. 크고 거대한 곳으로가 아닌 날마다의 일상으로부터, 낡은 반복으로부터, 편안한 정주처로부터 과감히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이 그의 여정이다. 아기가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부르는 말의 새로움,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게 하는 재생과 탄생의 낯선 곳을 향한 영원한 노마디즘. 그것이 그를 숲이고 강이고 마침내 바다이게 하는 것일 것이다.

-곽효환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낯선 곳에선 모르는 사람도 낯설지만,

익숙한 곳에선 모르는 사람도 익숙합니다.

 낯선 것이 낯설지 않다고 생각하지요.

습관, 반복, 일상의 힘이지요.

 

 낯선 것은 동심만 가능할까요.

 

아프리가 아메리카 인도가 아니라 

내게서 떠나라네요.

가끔 비 오거나 눈 오는 날

자연도 일탈하는 날 같습니다.

시인은 지긋한 반복, 습관으로 부터 벗어나라고 하네요.

 

바람이 불고

비 오고 눈 오는 것이 반가운 건

 낯선곳의 갈망과도 연관이 있는 건 아닌지

내게도

바람 불고 비오는 날

눈 오는 날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