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그렇게 소중했던가

구름뜰 2013. 1. 28. 09:52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 간 쉴 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뿐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생각 왜 못했던가.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

-이성복

 

 

 '꿈 깨기 전에는 꿈은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 작품을 가지고 따지는 짓 따위는 하지 말라고 그 느낌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이외수 작가는 말했는데요. '그렇게 소중했던가'라는 제목과 마지막 문장이 척 얹힙니다. 커피 한잔이 전부인 순간을 말하는 데요. 손에 쥔 아직 남은 커피잔 놓을 생각은 절대로 못한 화자가 보입니다.  

 

 커피 한 잔 같은 순간, 마시기 위해 뽑았고, 아직은 뜨거워서 맛있고, 남아 있는 커피때문에 버릴수 없는 순간이 얼마나 많을까요. 소중하다고 생각할수록 그렇게 소중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인식이 보입니다. 커피 한 잔 같은 순간! 그것이 꿈속같다면, 삶인줄 모른다는 얘기 같기도 합니다. 지금 혹여 힘든 시간 보내고 있나요. 지나가버릴 시간에 불과한 걸요. 커피 한 잔의 순간인지도 모릅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실 커피 한 잔 있다면 시인의 상황과는 반대로 '소중한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