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우울한
천강성이란 별은 길방을 비추기 위해 흉방에 위치한다는 데
새는 모습은 가리고 부지런히 노래를 보내는데
마당에 나가 그저 올해 가을은..... 이라고 중얼거리지
가을이, 죽을 것 같은 가을이
하루종일 쳐들어와
죽지 않기 위해 나는 물을 끓이지
물을 끓이지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는 줄 알았는데 영원히 오늘만 있어
산사나무는 나를 보고 나는 서어나무를 보고
마당을 서성이며 그저 가을이야 중얼거리지
단풍이, 절명할 듯 붉은 단풍이
하루종일 쳐들어와
죽지 않기 위해 기도를 하지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도록 기도를 하지
적송도 죽을 때는 먼저 붉은 빛이 사라진다는데
평생 입었던 덧옷을 벗어놀고 간다는데
마당에 나가 그저 올해 가을은.... 이라고 중얼거리지
-이규리 현대시학 1011년 1월호
천강성! 사석에서 뵈면 늘 천강성을 강조하셨던
길방을 비추기 위해 흉방에 위치한다는...
'우듬지' 도 생각납니다.
겨울비인지 봄비인지 비내리고 우듬지도 이런 날은 더욱 기척을 하겠지요.
연두는 꽃 보다 아름다운 색이라던 말씀도 생각납니다.
비도 못 맞는 해피트리가 겨울햇살에도 이리 잘 자랍니다.
안 뵌지가 두어 달,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함께하던 자리가 있었는데.
"오늘 당신들 일찍 못 들어가!" 라며 엄포를 놓을 때가 최고의 애정표현이었지요.
먼데서 와서 먼저 떠나야 할 시인이 발그레한 볼에 분홍이 올라 치기를 부리실때면
정말 예쁜 나보다 예쁜 어른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몰라서 그 모습에 더 부끄러웠던.
당신이 좋아했던 연두 해피트리 우듬지가 내 이목을 잡아끕니다.
그리운 것은 사람이기도 하고 풍경이기도 합니다.
나무 밑동을 안았는데 왜 우듬지가 먼저 기척을 하는지
언젠가 당신이 내 손을 잡았을 때 내게도 흔들리는
우듬지가 있음을 알았다.
빠른 속도로 번지는 노을, 그 흥건한 몸에 한철 밥 말아
먹었다 너무 뜨겁거나 매웠지만
상처라도 좋아라 물집 터진 진물에서 박하 냄새 맡던
저녁, 내 속으로 한 함지 돼새 떼 쏟아져 날았다.
손 닿지 않는 곳에 뭘 두었니? 당신이 숨긴 우듬지엔
만질 수 없는 새소리만 남아
어느덧 말라버린 무화과 꼭지처럼, 살이 쏙 내린 잔뼈로
이름만 얽어놓은 그곳, 닿을 수 없는
-이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