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기

단한번의 연애 /성석제

구름뜰 2013. 3. 4. 10:23

 

 

작년 12월에 나온 성석제 신간이다.

 2002년에 나온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워낙 감동깊게 읽은 작가다.

벌써 십년이 지났지만 '황만근'과 동의어 처럼 '성석제'는

잊을 수 없는 잊히지 않는 작가였다.

 

다 읽고 난 소감은 역시나다.

소설에서 디테일을 이렇게 살릴 수 있나 싶도록

박학다식, 교양서로도 손색없을 정도다.

 읽는 재미가 컸고,  극속 주인공 세길이 전지적 작가시점이라 그런지

작가에 대한 오류를 안고 읽은 셈이다. ㅎㅎ

 

문장이 좋아서 강권하고 싶다. 한 번 읽고 덮어두기엔 아깝고,

좋은 문장 한 번 더 읽기 위해 밑줄그어가면서 읽었다.

그 중 함께 읽어도 좋을 만한 문장들만 골라 보았다.

스스로 돼새김 하는 시간이다.

 

글자가 많아서 읽기 버거운 분들은 짬날 때마다 보시라고 강권합니다.

 

 

 

 

인간은 관심의 높낮이 정도를 직감적으로 인식한다. 혹은 무의식적으로라도 느낀다.

관심이 높은 쪽에서는 억울하다 하더라도 관심이 낮거나 없는 상대에게 자신의 일부,

시간이 빨려 나가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나는 생애 최초로 가족이나 이웃의 친구가 아닌, 초등학교라는 사회에서 조우하게 된

여러 존재 가운데 하나인 민현에게 내 존재가 빨려 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거머리한데 피를 빨리는 것처럼 달콤한 자멸감을 수반했다.

그 대가로 나는 처음에는 칼날처럼 차갑고 닿기 싫던 학교가 자발적으로 매일, 어서 빨리

가고 싶다는 충동을 얻었다. 민현을 멀리서라도 훔쳐보고 나 자신이 조금씩 빨려 나가는 달콤한 상실감을 즐기기 위해 하지만 내가 아무리 엄청난 각오를 하고 학교에 와서 그녀의 눈에 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한들 그녀는 나를 알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보였다.

 

 

 

그보다 내 마음이 큰 것,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어서 계산도 안되고

계산상 맞지도 않고

내가, 내 시간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 달콤한 자멸감

이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의 실체아닐까.

마음이 먼저라서 머리로는 조절 안되고, 아픔도 달콤한.

그가 알아주지 않으면 그만 두는 것이 이성적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여기서 주인공 세길은 여덟살,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본 민현에 대한 마음이다.

이것은 오십이 되도록 평생 그녀에게만 빠져드는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이 첵 제호 '단한번의 연애'의 시작기점이다.

 

 

 

 

"지나간 옛날. 유년기에 관한 이야기는 해피엔딩 영화나 소설처럼 안전하거든.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말이야. 더 이상의 위험성, 폭발성이 없는 이야기로 전환되었다고."

 

"우리가 인생에서 느끼는 기쁨의 구십구 퍼센트는 첫경험에서 나와,

노래나 영화는 옛날 들었던 원곡, 원작이 좋고 도시는 고향이.

집은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이 최고지. 어떤 이야기든 처음 들었을 때 감동이 크잖아

과거에 대해서 인간은 늘 긍정적으로 기억하게 되어 있어.

설령 그 기억이 잘못된 것이라도.

우리의 뇌가 설탕처럼 좋아하는 게 바로 그거니까. 어린시절,

사춘기 또는 청춘 시절에 좋아하던

음악, 영화 유행 제품, 음식 모든 것에 대한 취향은 평생을 가.

그 느낌을 불러일으켜서 돈을 쓰게 만드는 게 현재 기업에서 소비자에게 하는 일이야

그냥 지나가는 건 없어. 자연스러워 보일수록 의심하라고. "

 

"태어날 때 부모의 직업이 뭐였느냐, 초등학교 때 누가 짝이었느냐 하는 게

왜 중요하냐 하면 삶의 옵션이 별로 없던 때여서 작은 인자라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야.

그게 두고두고 인생 전반에 영향을 주는 건 나비효과라고."

 

 

 

 

"작은 가게가 많이 남았다는 건 그 지역공동체가 건강하다는 뜻이지.

그 가게들 주인이 자식 낳아서 학교 보내고 지방세 내고 자치회도 한단 말이지.

대자본이 침투하고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면 지역 전체가 죽어.

주민들의 삶이 활기차고 건강한 생태계는 일급수 같아서 다양한 소자본 사업체.

관계망이 발달한 곳이지. 우리 고향이 아직 그런 채로 남아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야."

 

1973년 7월 20일 밤 10시 홍통의 퀸 엘리자베스 병원에서 영화배우 이소룡이 사망했다.

그의 나이 32세였다. 그는 죽음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삶은 그 자체가 목적이다. 당신은 그저 순전히 사는 것이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적응한다는 건 본체의 움직임에 스스로를 맞추는 그림자의 즉각성 같은 것.

 

시각에 관련된 유전자의 숫자가 삼백여 개인 데 반해 냄새에 관련된 유전자 숫자는 천 개에 달한 다.

 

"내가 나한데 단 하나도 가르친 게 없는 아버지한데 고마워하는 유일한 건

내가 싫어하는 게 증오하는 게 엄청난 힘을 준다는 걸 몸으로 깨닫게 해준 거야.

운명으로 깨닫게 해준 거야.

혐오와 증오의 밀도는 운명의 밀도가 되고 그게 내 인생 전반으로 에너지장이

되어 퍼져 나간 거지. 마치 이 포도의 향기처럼."

 

"우리 개개인의 인격이나 인간성이라는 게 기껏 아버지가 알코올릭이라거나

노름꾼이라거나 폭력을 행사한다거나 하는 개별적이고 사소한 것에서 출발해서 살면서

필연적으로 받는 부정적 스트레스를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고 끝내 수억의 희생자를 내는

세계대전을 야기하게 된다? 우리 모두가 잠재적으로 히틀러다?"

 

 

 

이 책엔 민현과 세길과의 대화체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성장기소설처럼 초등 중등 고등 대학까지

대화에서도 행적에서도 민현은 월등히 세길보다 앞선 지식인이 되고

그에 걸맞는 일들을 잘 도 해낸다

그 잘난 민현에 대한 세길의 관심은 한결 같다

시종일관이다.

질투하지 않으며 그냥 자신의 감정을 느끼면서 그녀가 원할 때만  어떤 일도 불사한다.

 

 

 

 

 

승화는 고체가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기체로 기화하는 것이라고 화학시간에 배웠다

배우지는 않았지만 심리학에서는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욕구나 충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가치 있는 예술, 종교 활동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금기가

예술작품에서 아름답게

 승화되는 이유

문학은

'있었으면 하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현실에 있더라도 차마 드러내지 않은 부분들을 잘 승화시킨 것이 문학이다.

그래서 누구나 그래하고 수긍하는 것,

문학이 주는 카타르시스이기도 하다.

 

현실이 토대이지만 현실에 가미된 상상력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우리 삶의 승화인 셈이다.

 

 

 

피아니스트이자 영화배우인 오스카 레반트가 1942년 8월 4일 사망했다.

그는 "행복은 경험이 아니라 기억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1976년 2월 1일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사망했다.

그는 31세 되던 해인 1932년 '불확정성의 원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불확정성의 원리'를 세상사로 확대 해석을 하면 관찰자는 관찰을 하려는 대상을 관찰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관찰자의 시선과 관심을 의식하게 된) 대상에 영향을 끼쳐

대상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이 끓는 냄비에 온도계를 넣어서 온도를 측정하려고 하면 온도계가 가지고 있는 온도가

끓는 물에 영향을 미쳐 결국 정확한 온도를 측정하기 어렵게 된다는 식이다..

 

"섬이라는 게 나쁜 조건인 건 아냐. 섬나라 영국이 한때는 세계를 지배했고,

지금도 일본은 육지의 열 배나 되는 영해를 보유하고 있어.

일본은 영토와 영해를 합치면 총면적이 세계 일곱 번째나 되는 거대국가야.

우리 영해는 일본의 십분의 일도 안 돼. 중국은 육지가 우리의 백배,

영해는 네 배쯤 되지. 동해 면젹이 얼마나 되는 지 알아?

남북 길이 천칠백 킬로미터에 동서 최대 너비가 천백 킬로미터.

면적이 백칠만 제곱킬로미터야. 한반도의 다섯 배 면적.

그걸 일본에서는 일본해라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지."

 

"어쩐지 바다와 육지는 여자와 남자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자는 복잡하고 남자는 단순하다.

여자는 풍요롭고 신비하고 아직 속을 알 수 없는데 남자는 뻔하다.

내 어머니가 해녀여서 좀 알지. 아버지는 고래,

술고래였으니까 정말 삶도 생각도 간단해 보였고."

 

 

 

 

 

권력을 가진 남자들은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곁에 둠으로써

자신의 권력이 나누어질 수 없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마침내 아름다움 자체가 권력을 상징하게 되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지만 아름다움은 서울의 국립대학 사회계열 합격이라는 성적에서도 나왔다.

 

"요즘 대학에서는 기초 학문인 문학, 철학 같은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숫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어. 그 대신에 지배계급의 일원이 되거나

그 사람들에게 봉사할 기술자인 의사나 경제학자, 투자전문가, 변호사, 회계사, 관료 등등을

양성하는 데 대학들이 돈을 쏟아붓지.

그런 데를 졸업하고 성공을 거둔 애들이 나중에 제 모교에 기부를 할 거니까.

이런 인간들은 기존의 부당한 지배질서에 대해 전혀 의문을 가지지 않지.

문학이나 철학을 공부하게 되면 지금의 체제가 정당한가. 맞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고

그게 지금의 체제에 위협이 될 거라고. 기존의 권력구조에 봉사하는 엘리트들은

자기들끼리의 말을 못 알아듣는 일반인들을 경멸할 수밖에 없게 되지.

 

그런 언어체계로 울타리를 만들어.그 울타리는 총체적인 지식을 아주 잘게 쪼개서 전문화시킨 거야. 

그것만 봐 가지고는 도저히 전체를 파악할 수 없게 되어 있어.

대학에서 그걸 공부하느라 힘을 다 바치다 보면, 도덕심, 정의감이 마비가 되어

잘해 봐야 도덕적 허무주의밖에 안 남아.

그렇게 양성된 엘리트 집단의 애들은 표면상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로봇 같은 내면을 갖게 되는 거야.

그런 애들이 실업자나 빈민등 보편적 복지 같은 데 관심을 가질 수가 없지.

대학의 문제는 전체 사회의 문제야."

"나는 너처럼 많이 알고 똑똑한 여자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해.

피부에는 나이가 들수록 주름이 생기지만 대뇌에는 주름이 많아질수록 우월해지는 거니까."

 

 

 

"시몬느 드 보부아르라고 들어봤지?

이십 세기의 여자 중에서 가장 똑똑한 여자로 일컬어지는 여자지.

노벨문학상을 거부한 장 폴 사프트르와 계약결혼을 했었지.

맞아 여성해방 페미니즘, 지금부터 삼십년 전에 보부아르가 마흔 살을 막 넘었을 때 쓴 거야.

여자가 남자하고 싸워서 이기자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야.

남자든 여자든 한 개인의 선택이 남녀의 공통된 존재에 바탕을 두고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동등한 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거지. 계약결혼이라는 게 바로 그런 사상의 실천이고.

결혼도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하나의 계약으로 성립할 수 있어"

 

 

내가 그녀에게 붙어 있으려면 그녀에게 짐이 되거나 그녀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가져서는 안 되었다.  있는 줄 없는 줄 모르게 그저 빨판상어처럼 찰싹 붙어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파농의 이야기 중에 평등폭력이라는 게 있어.

식민지 치하에서 억압을 받은 사람들이 지배자에게 저항은 하지 못하고 자기가 받은 억압의 스트레스를 옆에 있는 동료에게 폭력을 가하면서 푼다는 거야. 고래를 잡느라 힘들었던 내 아버지가 집에 와서 엄마와 나한데 밥상을 집어 던지고 주먹을 휘두른 게 그런 예지."

 

"엔고가 철두철미하게 수출 수도 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던 한국에 엄청난 행운을 안긴 셈이었다.

외국 사람들이 일본 제품 대신 값싼,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품질이 만족스러운

한국 제품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

플라자 함의를 기점으로 한국의 수출경쟁력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산업 전반이 활황을 구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전두환 정권 후반기 국내총생산은 1986년 11퍼센트 1987년 11퍼센트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전두환 정부 집권 칠 년 동안 성장률은 연평군은 8.7퍼센트

이를 물려받은 노태우 정권은 8.4퍼센트를 보였는데 이런 실적은 플라자 합의에 힙입은 바가 컸다.

 

 

 

내가 민현의 마지막 연인이 된 데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있을 뿐이다.

나는 그녀의 전남편, 남자, 연인, 숭배자 그저 하룻밤 잔 상대. 그 누구든 질투하지 않았다.

그들을 일일이 질투했다면 나는 진즉에 말라 죽었거나 그녀를 떠나야 했을 것이다.

그녀는 단 하나뿐이지만 세상에서 그녀를 원하는 사람은 많다.

원하는 것을 획득하는 능력이 있는 인간들에게는 권력이든 금력이든 운이든 열정이든 젊음이든

뭔가 대가를 치를 만한 게 있다. 내게는 없다. 대신 내게는 '질투가 없다'는 자산이 있다

이처럼 '마이너스 계정'이 힘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녀를 구속할 수 없다. 나는 그녀를 소유할 수 없다.

나는 그녀를 나 자신의 이익이나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남녀의 일대일 관계에서 변화가 일어난 것이까.

나와 그녀 두 사람만의 변화일까.

아니면 민현만이 그런 지위를 쟁취한 것일까. 상관없다.

 

-평범한 내가 한결같았던 것은 그녀에게 별다른 이용가치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녀의 다정한 눈빛은 내영혼과 전두엽의 사고력을 빨아들이고도 남았다. 

그녀는 내게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명령했다.

세상에서 그만큼 달콤한 주문이 있을까. 그 순간만은 죽어도 좋았다.

언젠가 나는 평범하고 가진 것도 없고 능력도 부족하며 생긴 것까지

그녀의 상대가 되기에 어울리지 않는 나를 좋아한 이유가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나를 헤치지 않고 나를 독점하거나 내게서 뭘 빼앗아 가지 않으면서,

순수하게 나를 좋아한다는 느낌을 준 건 네가 처음이야."

 

 

내가 그녀를 언제까지고 좋아할 이유? 그녀는 언제든 다르게 보인다.

닿을 듯 말 듯 나를 미치게 만든다. 그녀가 돌아서는 순간 그립다.

반면 그녀는 질투하지 않은다.

내가 약간은 진지하게 만난 상대와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지옥 같은 형벌에 빠트렸다.

연락을 끊는다는 간단한 방법으로..

그녀가 모르게 그녀가 싫어할 만한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때 원 없이 계산해 봤다.

못한다.

 

 

결핍이 있어 본 사람은 안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것으로 하지 못한 아픔과 안타까움과 절망이 삶의 원동력이 된다.

이 행복이 얼마가지 않을 불안한 것임을 알기에 그 순간이 그지없이 소중하고 행복하다.

 

 

"미의 기준을 공유하고 있는 집단에서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생각 할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은 오 퍼센트 이하래.

나머지 구십오 프센트의 사람들 중에 삼분의 일은 일부는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

친절하거나 지적이거나 유머러스하거나 남을 배려하거나 하는 개인적 태도나 재능이 있는.

 

나머지 전부는 못생긴 사람이고, 나이가 많기만 해도, 주름지고 명들기만 해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을 줘도 못생긴 사람의 범위에 들어가.

 

흔히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식이라고 해왔지.

하지만 아무리 마음이 아름답다 해도 거기서 성적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아.

넌 달라.

나를 늘 흥분시키니까.

나만 흥분시키는 게 아니라서 문제지만."

 

 

"내가 만나본 대기업의 마케팅 담당 임원들 중에 통계를 가지고 시장에 접근하는

과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오 퍼센트밖에 안돼. 구십오 퍼센트는 직관이나 감. 경험 같은 걸

사활을 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로 사용하지.

통계에 대한 지식이 빈곤한 태도 책은 안 읽고 정보다 등한시해.

 

그 덕분에 나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고,

한국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의 대기업들 이야기지. 한국의 경우는 정도가 훨씬 더 심해."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게임은 언제나 정보를 가진 자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사람들은 많이 가질수록 약해져. 지켜야 할 게 많아지니까."

사실상 그들의 가장 큰 상대는 바로 자신들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풍조.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지금 있는 드높은 곳에서 자유낙하할 때 자신의 몸무게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불안. 

나 같은 깃털은 떨어져도 전혀 다치지 않을 텐데.

하긴 나는 바닥 가까이에 있으니까 떨어져 봤자 크게 다칠 일도 없다.

 

 

요즘 책을 쓰는 인간들은 쉽고 재미있게 쓴다.

도저히 읽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책은 중독성이 없는 중독의 세계다.

지성의 네트워크에 닿게 되면 고대의 철학자에서 현대의 젊은 천재까지 모두 만날 수 있게 된다.

지성의 쾌락을 경험하면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다.

고향의 새 집으로 이사할 때 헤아려 보니 책이 트럭 두 대분이나 되었다.

트럭 운전기사는 말로는 서점이나 대본소가 폐업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인생에 특별히 깨달을 건 없다는 깨달음.

중요한 건 살아가는 것이라는.

중요한 건 존재하며 느끼는 것이라는.

 

 

그녀는 그들과 싸운다.

의뢰인이 없어도 싸운다. 대가가 없어도 싸운다.

그녀는 싸운다 싸운다.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기아민을 지원하고 밀라리아처럼 전 세계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소홀히

하는 질병 치료약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수해, 가뭄, 화재. 빈곤으로 집을 빼앗긴 사람들을

지원한다. 싸우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은다.

그래서 '얼굴 없는 사회'라고 불린다.

 

내집 우리 거처는 민현이 탐욕과 독점적인 부, 권력의 화신인 사악한 빅 피쉬들과 싸우기

시작하면서 구축한 비밀스러운 기지이다.

-여긴 착한 고래. 저긴 나쁜 고래. 그나마 이 세상이 이대로 굴러가는 것은 그녀 때문이다. 그녀 덕분이다.

 

그녀는 절대 다수의 삶과 이익을 위해 전 세계를 떠다니며

사악한 빅 피쉬를 잡는 고래잡이배의 가장 어른, 포장, 나는 그녀의 요리사. 화장 심부름꾼

그녀의 모든 능력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고향이란 그런 것이다.

고향은 추억과 시간의 저금통이자 활력의 발전소. 충전소다.

나는 내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에 이르렀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여자로 의식하게 사랑하게 된 상대와 지금 마주 앉아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내가 키운 채소. 내가 농사지은 걸로 음식을 해서 같이 나눠 먹을 수 있다는 것 역시."

 

 

그녀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나를 이용하고 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정감을 얻기 위해.

행복을 느끼기 위해. 사랑을 누리기 위해.안다. 나는 그게 좋다.

나 또한 행복을 느끼고 사랑을 얻기 때문이다. 편안하다 이건 내가 원하고 원해 왔던 것이다.

언젠가 민현이 온전히 내게 돌아올 것임을 아는 한은.

 

생각해 보니. 내게 행복은 기억이 아니라 경험이었다.

 

-그녀는 떠났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침묵하리라.

침묵으로도 수많은 마을 대신할 수 이다. 삶이 그렇듯. 삶에서 그렇듯이.

 

 

 

마지막 문장이다.

남자는 건강상도 그렇고 고향에 낙향에서 언제든 민현이 내려와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다니러 온 그녀가 돌아가는 뒷 모습을 보면서,,,

 

나는 멋진 인생을 살았어

너 때문에

당신 덕분에

고마워

고마워요

 

단한번의 사랑은 한번 뿐인 사랑이라기 보다는

일생을 통해 한번이 되는 사람을 얘기하고 있다.

 

매번 그로 인해 내가 다시 태어나고 자극이 되고 힘이 되는 사람

그녀가 나보다 잘나서 내가 못 미치더라도 

영혼을 흔드는 사람인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 소설에서 말하는 이런 사람이 있을까.

드물지만 개연성은 있지 않을까.

나이들수록 사랑의 개연성에 폭이 넓어지는 걸 보면

아마도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는 건 우리들 자신 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