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하늘 길

구름뜰 2013. 4. 11. 08:54

 

 

 

 

나무가 동쪽 하늘로

팔을 길게 뻗은 것은

그 쪽으로부터 걸어 오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

보다 그 분이 오시기 전

더 아름다운 한참의 하늘 빛

그것 때문이다

 

나무가 저린 몸으로 서서

서리속에 눈비 속에 팔을 높이 들고 잇는 것은

구름보자기에 감싸인 달

보다 더 잠 못 들게하는

그 위에 서럽게 깊은 하늘

그것 때문이다

 

나무는 달이 하늘로 걸어 올라가는길이다

 

내가 사는 집의 마당에서

-이성선

 

 

통트기전 미명!  창밖 풍경이 서리가 내린건가 했습니다

계절을 잊고 본다면 꼭 초겨울 아침 모습이더군요.

 

초등학교 시절,

해마다 섣달 그믐날 밤이면, 나보다 여섯살이나 많은 사촌언니는

동갑내가 사촌과 나에게 주술을 걸었습니다.

 

 "오늘 밤은 자면 안돼 낼 아침에 눈썹이 하얗게 새거든"

 

그 겨울밤, 섣달은 지금보다 더 길었지요.

티브이도 안보던 시절, 아랫목에 누워서 두런두런 옛날 이야기나 듣던

그 밤에 눈꺼풀은 하늘무게에 속눈썹 무게 만큼 더 무거웠지요. ㅍㅎㅎㅎ

언니가 아무리 주술을 걸어도 한 번도 그밤을 하얗게 버틴 기억은 없고,

감기는 눈속에서 의식은 그래도 내일 아침 눈썹 걱정을 했던 약간의 공포!심도 

잠들기전의 순간으로 지나간 기억만 있습니다.

 

눈썹 샌 풍경!  ㅎㅎ 오늘 아침 산 풍경이 그랬습니다.

저들도 봄밤의 주술 따위는 아랑곳 없이 잘 잔 걸까요.ㅎㅎ

 

겨울과 봄 사이 같습니다. 봄과 여름 사이는 언제쯤일지

봄 옷 사두고 입지 못하는 맘을 겨울과 봄 사이는 알기나 할까요.

 

눈썹걱정보다 무너지는 하늘이 달가웠던

겨울과 봄 사이도 그래, 잘 놀다 가시길,

가시는 길에 샘나거든 한 번 더 오시길....

 

내겐 이미 장만해둔 여유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