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길
나무가 동쪽 하늘로
팔을 길게 뻗은 것은
그 쪽으로부터 걸어 오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
보다 그 분이 오시기 전
더 아름다운 한참의 하늘 빛
그것 때문이다
나무가 저린 몸으로 서서
서리속에 눈비 속에 팔을 높이 들고 잇는 것은
구름보자기에 감싸인 달
보다 더 잠 못 들게하는
그 위에 서럽게 깊은 하늘
그것 때문이다
나무는 달이 하늘로 걸어 올라가는길이다
내가 사는 집의 마당에서
-이성선
통트기전 미명! 창밖 풍경이 서리가 내린건가 했습니다
계절을 잊고 본다면 꼭 초겨울 아침 모습이더군요.
초등학교 시절,
해마다 섣달 그믐날 밤이면, 나보다 여섯살이나 많은 사촌언니는
동갑내가 사촌과 나에게 주술을 걸었습니다.
"오늘 밤은 자면 안돼 낼 아침에 눈썹이 하얗게 새거든"
그 겨울밤, 섣달은 지금보다 더 길었지요.
티브이도 안보던 시절, 아랫목에 누워서 두런두런 옛날 이야기나 듣던
그 밤에 눈꺼풀은 하늘무게에 속눈썹 무게 만큼 더 무거웠지요. ㅍㅎㅎㅎ
언니가 아무리 주술을 걸어도 한 번도 그밤을 하얗게 버틴 기억은 없고,
감기는 눈속에서 의식은 그래도 내일 아침 눈썹 걱정을 했던 약간의 공포!심도
잠들기전의 순간으로 지나간 기억만 있습니다.
눈썹 샌 풍경! ㅎㅎ 오늘 아침 산 풍경이 그랬습니다.
저들도 봄밤의 주술 따위는 아랑곳 없이 잘 잔 걸까요.ㅎㅎ
겨울과 봄 사이 같습니다. 봄과 여름 사이는 언제쯤일지
봄 옷 사두고 입지 못하는 맘을 겨울과 봄 사이는 알기나 할까요.
눈썹걱정보다 무너지는 하늘이 달가웠던
겨울과 봄 사이도 그래, 잘 놀다 가시길,
가시는 길에 샘나거든 한 번 더 오시길....
내겐 이미 장만해둔 여유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