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앞날

구름뜰 2013. 7. 16. 09:47

 

 

 

 

당신이 내 곁에 계시면 나는 늘 불안합니다 나로 인해 당신 앞날이 어두워지는 까닭입니다 내 곁에서 당신이 멀어져가면 나의 앞날은 어두워집니다 나는 당신을 잡을 수도 없습니다 당신이 떠나갈까 안절부절입니다 한껏 내가 힘들어하면 당신은 또 이렇게 말하지요 "당신은 팔도 다리도 없으니 내가 당신을 붙잡지요" 나는 당신이 떠나야 할 줄 알면서도 보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성복

 

 사랑은 분명 기쁨의 관계입니다. 물론 이 기쁨 때문에 번뇌와 슬픔이 찾아들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당신을 통해서 기쁨을 얻을때, 나는 당신과 사랑에 빠진 겁니다. 당연히 나는 당신과 함께 있으려고 합니다. 그건 기쁨을 계속 유지하려는 본능적인 욕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도 나와의 만남을 통해 기쁨을 향유할 수 있을까요? <앞날>이란 시에서 시인은 직감합니다. 나는 분명 당신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있지만, 당신은 그다지 기쁨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사랑의 관계가 함축할 수 있는 가장 큰 딜레마에 시인은 빠져 있는 겁니다. 당신이 기쁨을 느끼지 않는다면, 당신을 보내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그 대가는 치명적입니다. 당신을 보낸다면 나는 더 이상 기쁨을 느낄 수가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시인은 노래했던 겁니다. "당신이 내 곁에 계시면 나는 늘 불안합니다 나로 인해 당신 앞날이 어두워지는 까닭입니다 내 곁에서 당신이 멀어져 가면 나의 앞날은 어두어집니다." 시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