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걸어나오기를
구름뜰
2013. 7. 29. 09:09
사람들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착역에서 당신이 걸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절망과 좌절에서 걸어나오기를
미움과 증오에서 걸어나오기를
불평과 불만에서 걸어나오기를
열등감과 우월감에서 걸어나오기를
수치심과 두려움에서 걸어나오기를
우울과 무력감에서 걸어나오기를
부정적인 생각과 허무에서 걸어나오기를
봄은 겨울에서 힘차게 걸어나오는 것을의 이야기입니다.
굳은 땅에서 걸어나오는 새싹의 이야기
딱딱한 껍질에서 걸어나오는 꽃잎의 이야기
얼음에서 걸어나오는 시냇물의 이야기
방에서 걸어나오는 아이들의 웃움소리...
당신의 문은 안으로 잠겨있기에
사람들이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걸어나오는 일은 당신이 해야합니다.
우리의 삶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로부터
걸어나오기 때문이고,
우리의 마음이 늘 설레는 것은
걸어나오는 이야기가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정용철
강원도로 휴가를 다녀온 지인이 허브랜드엘 방문했다가
시 표지판에 올려진 시를 보고와 내게 알려준 시다.
"당신의 문은 안으로 잠겨있기에
사람들이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걸어나오는 일은 당신이 해야합니다."
누구도 아닌 자신의 힘으로 '걸어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안으로 닫힌 문을 통해 쉽게 형상화 되었다.
'안에서 잠긴 문' 누구에게나 그런 문 있으리라.
다만 스스로 나오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우리 살아가는 모습이 다른 것일 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