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겨울나무
구름뜰
2013. 12. 4. 08:55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 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 나무
-이재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느라고
가까이 있다고 떠날리 없다고
붙박이라고 당연시했던 것들
내 것이라고 찜해둘땐 언제고
곁에 있어도 잊고 산 시간들
이파리 무성할때는
발 밑도 잊고 하늘도 잊고
불려진 몸둥이 전부인줄 알고 내 맛에 살다가
떨구고 난 것 같은 날에서야
맨살로 선 것 같은 날에서야
발밑도 보게되고 하늘도 보게된다
바람앞에선 누구나 흔들린다고
이러고 섰어도 그러고 살아왔더라도
이런 나도 괜찮고 그런 너도 괜찮다고
산다는 건
흔들리는 날도 있고
흔들리지 않는 날도 있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