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공간이 없다고 느끼는 남자들은 틈내어 산이나 낚시터를 찾는다. 숲길을 오래 걷거나 물가에 조용히 머무르며 깊은 숨을 내쉰다.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평화가 찾아온다. 비로소 내면에도 의식의 공간이 생겨나고 테메노스, 즉 연금술사의 그릇이 만들어진다. 그릇 속에 위험하고 불편한 감정을 쓸어 담은 후 그것이 숙성 변화되어 유익한 성분이 되기를 기다린다. 유전자 속에 기호화되어 있는 야성의 감각도 깨어난다. 백마를 달리며 새벽을 열던 기억, 나무 그림자로 방향을 잡던 원시의 사냥터가 되살아난다. 야생의 자연 공간에서 육체가 단련되고 정신이 제련된다. 그런 시간을 가진 후에는 “내가 좋은가, 산이 좋은가” 하는 아내의 질문도 참을 만해진다. 물론 아내가 산행에 동행하겠다고 나서면 깜짝 놀라겠지만
- 중앙일보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 ㅎㅎ 남자가 홀로 산길을 걷고 있는 걸 이렇게 심오하게 본적은 없지만, 홀로 산행하던 남자!가 걸어온 전화를 받은 적은 있다. 그 남자의 호흡에서 코평수를 넓히지 않아도 청각으로도 느껴지는 신선함 있었다. 그것이 그 남자가 홀로 나선 산길이어서 더 신선하단걸 그땐 몰랐다. .
앞으로 산길에서 홀로 걷는 남자를 만나면 인사하고 싶어질것 같다. 내 나이또래 중년이라면 더 반가울것도 같다. 하지만 전제하나, 그 남자가 나와 방향이 엇갈려야만 가능할 것 같다. 이 무슨 상상에도 소심함이 낯을 먼저 내미는지.
여기서 드는 경계심리, 인사 한 번 했다고 그가 방향을 바꿀수는 없을 거라는 안전망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같이 오르거나 내려가는 중이라면 그가 먼저 인사를 건네온다면 가볍게 목례만 가능하겠다. ㅎㅎㅎ 상상에도 내 깜냥은 지레 앞서간다, 이 심리는 뭘까.ㅎㅎ하지만 나는 이적지 한 번도 혼자서 산길을 걸어 본적이 없으니. 상상력에도 건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