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보다 좋은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인생은 꼭 길 없는 숲 같아서
거미줄에 얼굴이 스쳐 간지럽고 따갑고
한 눈은 가지에 부딪혀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러면 잠시 지상을 떠났다가
돌아와 다시 새 출발을 하고 싶다.
세상은 사랑하기 딱 좋은 곳
여기보다 좋은 곳이 또 어디 있을까....
- 자작나무/로버트 프로스트
로버트 프로스트의 '자작나무' 시를 보다가 지난 일요일 보고 온 자작나무가 생각납니다.
작년에 준공한 김천 부항다목점댐엘 다녀왔는데요. 다목적이란 용도에 걸맞게 물 문화관을 비롯하여 전망대 등 주변 공원이나 산책, 드라이브 코스 등 손색없이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구미에서 오십 분 남짓이면 충분한 거리라 가볼만한 곳으로도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물문화관과 전망대엘 들렀다가 나오는 길에 무심코 보게된 화단! 자작나무 몇그루가 건물에 옹색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마치 유리벽에 붙어서 문좀 열어 달라고 하는 것 같이 민망한 모습으로 건물에 부대끼고 있었는데요.
나무의 특권이라면 누가 뭐래도 마음껏 허공에다 자신의 지평을 넓히는 것일진대, 원 줄기는 베어진지 오래고 건물쪽과 떨어진 가지만을 살려낸 모양새로 굽은 척추를 하고 있었습니다. 심어진 자리 때문에 장애가 된 셈이었습니다.
이 화단을 설계한 이나 옮겨 심은 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눈앞의 일만 급급했던 옹색한 마음이 한 일은 상황도 옹색하게 만든다는 걸 뉘라서 아니라고 할수 있을까요! 자작나무를 보면서 내 마음까지 불편해지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를 위한 일이라고 하더하도 생각 또는 지식이나 지혜가 결여되면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봅니다. '여기보다 좋은 곳'이 없는 삶은 자작나무에게도 우리에게도 다 해당되는 곳 이어야 겠습니다..
- 글 사진 이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