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사

남자에게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다

구름뜰 2014. 9. 23. 17:12

 

 

김형경 소설가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훈남이었고 그의 아내는 아름답고 정숙한 부인이었다. 부부 동반 외출을 하면 모든 이들의 선망을 받을 만큼 완벽해 보이는 부부였다. 그들에게 단 하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섹스였다. 신혼여행에서부터 불능이었지만 남편은 결코 이혼을 원하지 않았다. 아내의 모든 행동과 관계를 양해하면서까지 결혼을 지키고자 노력했고 남편 역할도 충실히 이행했다. 그는 아름답고 훌륭한 아내를 사랑한다고 믿으며 서로에게 자주 그 사실을 일깨웠다. 아내에게 관계의 소원함보다 힘든 것은 타인 앞에서 행복한 부부 모습을 연출하는 일이었다.

 어떤 남자들의 의식 속에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다. 정실부인과 애첩, 조강지처와 외도 상대, 성녀와 창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서는 그런 성향을 가진 이들을 “생애 초기에 엄마를 상대로 만들어가지는 애착과 분노의 감정을 통합시키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엄마를 향하는 사랑의 감정을 지키기 위해, 엄마에게서 경험하는 실망과 분노의 감정을 마음 깊이 억압하거나 멀리 다른 대상에게 투사한다. 그런 이들의 의식에는 두 종류의 여자가 만들어진다. 엄마처럼 이상화하고 미화시키는 여자, 함부로 대하면서 무시해도 된다고 여기는 여자.

 여성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이들은 이상적이고 훌륭한 여자를 선택해서 결혼한다. 하지만 그녀와는 섹스가 되지 않는다. 오이디푸스적인 금기가 마음을 가로지르기 때문이다. 대신 거리로 나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만만한 여자를 만나 섹스 문제를 해결한다. 남편의 외도 상대를 만나본 위 세대 여성들은 자주 이런 소회를 밝혔다. “얼마나 잘난 여자인지 보러 갔더니 세상에, 그렇게 ‘모지리’일 수가 없더라.”

 융 학파 심리학에서는 그런 남자를 ‘아폴론 원형’으로 분류한다. 그들은 아폴론처럼 남다른 성취욕으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후 훌륭한 조건의 여자를 아내로 맞는다. 그에게 결혼은 대학이나 직장을 선택하는 것과 같은 인생의 한 단계이다. 친밀감이나 열정이 배제된 결혼에서 불행감을 느끼는 쪽은 아내이다. 남편은 무의식에 닿지 않도록 내면 감정을 차단하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아무 불편 없는 듯 살아간다. 하지만 더 아픈 쪽은 남편이다. 원형 심리학에서는 그들이 “생애 초기에 엄마와 하나 되는 느낌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옛 어른들이 존경하는 정실부인은 집안에 모셔둔 채 애첩의 무릎을 베고 누워 온갖 언행을 다 했던 이유도 그와 같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