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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다 그렇게 해
구름뜰
2015. 5. 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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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지휘자·작곡가> |
현인(賢人) 돈 알폰소가 자기 약혼녀들의 정절을 믿어 의심치 아니하는 두 남자 페란도와 굴리엘모에게 여자들의 진면목을 보여줌으로써 인생의 진리를 깨우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방법이라는 것이 두 남자가 군대에 가야하는 것처럼 떠난 후 완벽한 변장을 하고 돌아와서는 서로 상대방의 약혼녀에게 끈질긴 애정공세를 퍼부어 끝내 그녀들이 넘어오게 된다는 것이다.
모차르트의 3대 이탈리아어 오페라(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는 다 귀족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상징성을 많이 내포하고 있지만, 특히 코지 판 투테는 ‘모든 여자들이 바람끼가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근본적으로 귀족사회를 뒤흔들 수 있는 소지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귀족사회의 순수혈통과 정당성 위에 유지되고 있는 당시 유럽, 특히 프랑스혁명의 대척점에 서게 될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 왕가의 체제 하에 있는 비엔나에서 이러한 유형의 스토리를 가진 오페라가 상영될 수 있었다니 이는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계몽군주로 알려지긴 했지만 엄연히 귀족사회의 수장이었던 당시의 국왕 요제프 2세가 직접 이 오페라에 대한 테마를 암시하고 심지어 대본을 직접 살펴보았다고 하니,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된 느낌이다.
품위 있고 정숙한 여인을 만날 것이란 희망을 품에 안고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베토벤(이 소원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지만)이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를 처음 접하고 나서, 오죽했으면 “아니, 신으로부터 받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이 이런 추악한 테마에 사용되다니!”라고 분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겠는가?
이 오페라의 2막에서 하녀 데스피나는 자기가 시중드는 귀족 딸들인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에게 여자가 만 15세에 이르면 다음과 같은 능력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어디에 악마가 꼬리를 감추고 있는지를 분간하는 능력,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를 분간하는 능력, 남자들을 유혹할 수 있는 교태를 부릴 줄 아는 능력, 요염한 미소와 가짜 눈물을 만들어내는 능력, 거짓이 발각되면 그럴듯한 핑계를 순식간에 댈 줄 아는 능력, 한순간에 100명의 남자들이 자기 말을 듣게 만드는 능력, 눈동자로 천 명의 남자들과 말할 줄 아는 능력, 남자가 잘 생겼든 못 생겼든 간에 그 누구에게나 희망을 줄 수 있는 능력, 중심을 잃지 않고도 자기를 감출 줄 아는 능력, 얼굴이 붉어지지 않으면서 거짓말을 할 줄 아는 능력.
남자를 여자에게 복종하도록 만드는, 위에 열거한 이 모든 능력은 ‘높은 왕좌에 앉아있는 여왕’처럼 ‘나는 할 수 있고 또한 나는 원한다’라는 지속적인 자기 최면과 암시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하녀가 자기의 상전들에게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