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슬픔이 오는 동안..
구름뜰
2017. 6. 13. 09:01
토막낸 나무의 단면이 인상적인 이 풍경은 며칠 전 갈비집 주차장에서 마주친 장면이다.
대여섯 그루의 은행나무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울타리처럼 서 있는 곳
나무와 나무 사이의 공간에 나무를 적채해 놓았는데
저러고 쌓아두면 내 생각엔 은행나무 숨통을 조이는 일쯤은 될 것 같은데
나뭇잎은 푸르고 위로 가지를 뻗어내고 있었다.
사이 사이 맞댄 저 무게감과 압박감이 나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저래도 계속 잘 살수 있는지 ..... 지금 봐도 여전히 불편하다.
슬픔은 5단계의 감정을 거쳐서 온다고 한다
부정 - 불평 - 협상 - 우울 - 수긍의 단계까지
이 장면을 볼 때 처음 든 감정은 어떻게 저럴수가 였다,
나 같으면 저런 일은 할 수 없을 터인데 저 많은 나무를 쌓아두려면 저 방법 밖에 없었던걸까.
나무 입장을 생각해보면 설령 움직이는 생명체는 아닐지라도 제 몸피를 압박해오는 저것들 때문에 더 이상 밑둥은 자라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어떤 감정도 금방 올라오는 건 경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정이 수긍까지 가려면 많은은 시간이 걸리는 이도 있고, 바로 수긍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슬픔만 이런 단계를 거치진 않을 것이다. 어떤 감정도 처음의 원감정에서 여과과정을 거쳐 훨씬 더 성숙한 감정에 이르지 않을까, 그 점층적 단계를 짐작해볼 때 즉발적 반응보다 한 걸음 물러나는게 맞을 것이다. 때나 상황에 따라서 잘 안되는 게 또한 늘 문제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