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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중심

구름뜰 2017. 6. 14. 10:48

 

1


저 모과나무는 문득

늙어버린 자신을 보았던 게다

가슴께에 텅 빈 동공이 생겨난 것을


어느날 거기

말채나무 씨앗이 날아들었을 때

몸이 허해져서야 비로소 알게 된

어떤 곡진함 하나로

그것을 품어 키우게 된것


2


내게도 이를테면 중심이 하나 생겼다

내가 품어 키운 꿈이라 해도 좋고

뒤늦은 사랑이라고 해도 좋다

내 몸이 네 몸이 아닌 지경

그 지경이란 몸만이 알 수 있는 거다

마음이라고 하기엔 너무 흔해빠진 거니까


다만 너를 떠나지 않고

온전히 내게로 되돌려주는 것.

그건 이미 네가 아니다

그걸 어떤 중심이라 말하지 않는다면 거짓이다



3


사람들은 물어물어

저 모과말채나무를 찾아가서는

이체일체(二體一體), 몸으로 이뤄낸 푸른 치정 앞에서

아, 하고 입 벌리곤 아무 말 못한다

-엄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