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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부르기

구름뜰 2018. 1. 24. 09:49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검은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
운문의 목소리로 이름 불러대면
어느 틈에 비슷한 새 한 마리 날아와
시치미떼고 옆가지에 앉았다.
가까이서 날개로 바람도 만들었다.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새가 언제부턴가 오지 않는다.
아무리 이름 불러도 보이지 않는다.
한적한 가문 밤에는 잠꼬대되어
같은 가지에서 자기 새를 찾는 새.

방안 가득 무거운 편견이 가라앉고
멀리 늙은 기적 소리가 낯설게
밤과 밤사이를 뚫다가 사라진다.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는 게 보인다.
부서진 마음도 보도에 굴러다닌다.
목소리라고 부를만한 것이 있었을까.
이름까지 감추고 모두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마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