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동백꽃이 떨어지는 이유
구름뜰
2019. 2. 21. 10:32
동백꽃은 왜 떨어지는가
돌아볼 새 없이 옹골지게 동백꽃 떨어진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 제 목을 쳐서 떨어진다
금상첨화의 꽃 따윈 허공에 진 빚으로 치부하는
저 개결한 습성이야말로 무명의 성질을 닮았다
목을 걸고 맹세한다는 말 해내겠다는 말
섭리를 뱉어내는 목, 몫으로 읽을 때의 목이다
동백꽃은 몫이 없는 목을 지녔다
아름다움을 추종하는 무리에 섭슬리지 않는 것
밟하면서 색깔이 번지는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읽는 것
그러니까 제 얼굴로 관棺을 짜는 것
그렇다면 다시, 동백꽃은 왜 떨어지는가
스스로를 꺾어 운구하는 저 행위를
나는 경첩을 떼어낸 바람의 문짝으로 읽는다
저것은 배신보다 빠른 배신
저것은 죽음보다 앞선 죽음
그리하여 마침내 동백꽃은 왜 떨어졌는가,
내가 오늘 두 손 가득 들고 선 핏빛 동백꽃이 답이다
초연히 달궈지고 있는 내 무상無常의 심장이 동백의 말이다.
ㅡ심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