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감꽃
구름뜰
2023. 5. 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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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에 윤을 내면 가능할까
아니 불가리라
자연은 시시때때로 제 빛을 내고.
그 자체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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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지평을 넓혀가는 감잎들
꽃을 보려면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연두를 스쳐갈 바람들
한 여름의 천둥과 소나기
그리고 불타는 가을볕까지
와중에 낙과하는 어린것도 있을 테고
연두는 그렇게 살이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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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가 귀하던 시절
감이 나무에서 홍시가 될 무렵이면
아버지는 새벽에 홍시를 주워와
잠자는 머리맡에다 놓아두셨다
눈뜨자마자 머리맡을 확인하는 일이란
공복에도 포만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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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무심하고
인간은 시시때때로 유심하니
인간이 자연을 닮기란 불가능에 가깝겠다
인간은
인간을 벗어나 살기 어렵고
자연은 홀로 자연하니
다만 보니 좋은 것으로 족한 자연이다
오월은 감꽃이 지나가는 달
감나무 그늘도 살찌는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