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옛집 2
구름뜰
2023. 6. 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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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에 막내 동생이 올린 사진이다
여긴 어딜까
안동으로 근무지를 옮겼으니
안동 어느 마을인가
아니면
새로 맡은 일과 연관 있는 곳인가
지붕이 먼저 보였다
뾰족 지붕으로 부챗살 같은 서까래가 펼쳐져 있다
언제 어느 목수의 손길인지
마당엔 잡풀이 무성타
발길 끊인 지 오래겠다
아랫채로 눈이 갔다
고향집 아랫채 누에 키우던 잠실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시선은
대문을 나와 담벼락으로 갔을 때
흡! 맙소사!
45년 전 떠난 고향집이다.
저 양지 담벼락은 동무들 아지터같은 곳이었다. 겨울방학 때 특히나 자치기부터 온갖 놀이는 여기서 했다.
저 담벼락과 고향집, 저 마당에서 내 유년은 형성되었다.
할아버지께서 살림 내준 집이라고 했다 겨울에 들어가 봄에 태어났으니 나보다는 한 살 많은 집이다
그제사 사진 뒤편 골목길도 친구집도 양각산도 보였다.
한 집 건너 두 집 오순도순
어깨를 맞대고 살아온 환경
고향 동무들까지 가지가 뻗어나갔다.
어릴 적 동네에서 '기와집'으로 불린 집도 있었다. 기와집은 부잣집 같아 보였다. 마당 넓은 집에 사는 친구가 제일 부러웠다.
집 뒤란 쪽은 큰집이었는데
오래전 밭으로 변했다
옛집은 밭이 되고
옛 논은 새집이 들어서며
고향마을도 갈 때마다 변하고 있다
고향집으로 소방도로가 난다는 소식을 엄마 한데 들었다. 부모님과 나들이 간 막내 동생 덕분에 슬레이트 지붕을 이고 있던 고향집을 보게 되었다
옛집이 사라지는 중이다.
내 유년의 뼈대는
서까래를 받치는 기둥 같아서
아직도 나를 건장하게 지탱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