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지우개

구름뜰 2023. 8. 31. 08:09


잘못 써내려 온 문장이 있듯이
잘못 살아온 세월도 있다

바닷가에 앉아서
수평을 보고 있으면
땅에서 잘못 살아온 사람들이
바다를 찾아오는 이유를 알겠다

굳은 것이라고
다 불변의 것이 아니고
출렁인다고 해서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굳은 땅에서 패이고 갈라진 것들이
슬픔으로 허물어진 상처들이
바다에 이르면

철썩철썩 제 몸을 때리며
부서지는 파도에 실려
매듭이란 매듭은 다 풀어지고
멀리 수평선 끝에서
평안해지고 마는구나

잘못 쓴 문장이 있듯이
다시 출발하고 싶은 세월도 있다
ㅡ송순태

*8월 마지막 아침
지우개를 써본지도 까마득하다

시간도 마음도 물처럼 흐른다
바람에 묻어오는 숲 향내와 새소리가
여름은 아니라고 지저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