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눈온 아침!
구름뜰
2023. 11. 18. 08:16

거창에 첫눈이 왔나 보다
하늘에서 온 건지
구름에서 온 건지
여하튼 온 거다

어젯밤 눈이 올 때 보내온 사진과 이 아침풍경이 예술이다. 이불홑청은 그대로이고 아침은 이렇게 풍요롭다. 풀 먹인 홑청인지 그대로 둔 마음도 여유겠다.

이런 날
먼 데서 사람이 온다면
문득 정현종의 '방문객'이란 시가 생각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눈이 올 때도 되었고 고향 마을 어제와 다른 풍경이리라.

어릴 적 긴긴 겨울밤, 동무집에 모여 놀다보면 동무는 가마솥에서 아직도 온기가 남은 삶은 고구마를 내 오거나 그도 없을 땐 그 솥에 김치볶음밥을 뚝딱 만들어 내기도 했다. 돌아보면 중고교 시절인데도 솜씨도 좋았다. 밤은 깊어지고 집으로 가려고 문밖을 나서면 밤의 시간처럼 흰 눈이 소복이 쌓여있기도 했다.
일상을 여행 보낸 것 같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