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홍매화 겨울나기

구름뜰 2024. 2. 29. 09:01



그해 겨울 유배 가던 당신이 잠시 바라본 홍매화
흙 있다고 물 있다고 아무 데나 막 피는 게 아니라
전라도 구례 땅 화엄사 마당에만 핀다고 하는데
대웅전 비로자나불 봐야 뿌리를 내린다는데
나는 정말 아무 데나 막 몸을 부린 것 같아
그때 당신이 한겨울 홍매화 가지 어루만지며 뭐라고 하셨는지
따뜻한 햇살 내린다고 단비 적신다고 아무 데나 제 속내 보이지 않는다는데
꽃만 피었다 갈 뿐 열매 같은 것은 맺을 생각도 않는다는데
나는 정말 아무 데나 내 알몸 다 보여주고 온 것 같아
매화 한 떨기가 알아 버린 육체의 경지를
나 이렇게 오래 더러워졌는데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같아
수많은 잎 매달고 언제까지 무성해지려는 나,
열매 맺지 않으려고 잎 나기도 전에 꽃부터 피워 올리는
홍매화 겨울나기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아.
- 최 영철

* 통도사 홍매화 소식을 뉴스로 접했는데 대구까지 왔나 보다

봄꽃들이 매화를 필두로 얼마나 설레는 개봉박두의 날들 일지
비도 잦고 따뜻한 날들이라 머지않음을 공기로도 느낄 수 있다.

일요일 아침 눈내리던 풍경


나흘 전에 눈 내리더니 여기
저기 거기 곳곳마다 새 날들이다

삼월에도 눈이 오는 해가 더러 있기도 했는데 홍매화가 구미 어느 화단에도 이미 와 있을 것이다.

봄이 저만치서 오고 있는
경계의 날들이다
24. 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