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복숭아 두박스
구름뜰
2024. 7. 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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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삭 망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
친정에 복숭아 따러간다던 요가원 막내가 전해준 과수원 안부
하늘은 마음이 있기는 한지
작년엔 1000박스를 수확했다는데
폭염에 수시로 호우특보가 내리고
200년 만이라는 강수기록도 있다
약을 치면 비가 오고
또 치면 또 씻어 내리고
탄저균은 전염병처럼 걸리면 초토화시킨다고
옆 과수원도 함께 약을 쳐야 한다고
과수원이 모래성도 아니고
에멜무지로 하는 일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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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그냥 먹으래요"
이게 다라는데
그냥이 안되는데
그냥 아니면
되가져갈 거라는 막내
복숭아가 복숭아가 아니고
먹는 일이 먹는 일만은 아니어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봄에 꽃 따러 가고
열매 추슬러갔던 밭
꽃송이 송이마다 눈길 손길 안간 곳이 없는데
이틀만에 폭삭할수도 있다는 걸
상상으로도 가능한 일인지
밭을 냉장고에 넣을수도 없고
복숭아 수확기
촌각이 무서운 혹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