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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히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친구와 인생을..

시와 수필 2026.10.17

달맞이 꽃

무리에 속하지 않고밤이 되기를 기다리는 꽃밤 산책길에 달빛 닮은 꽃을 만나면 여리고 순한 잎에 손길도 조심하고개화를 확인하느라 주변에서 한참을 서성이기도 했지요혹여 싶어 이른 초저녁에 가보면꼭 다문 입술까지 여축없던 꽃달빛 하지 않았으므로 너야말로 달맞이구나!달이 너에게 무엇이기에하늘과 땅이 무엇을 나누기에.....,그러나 문리가 트이고 보니달맞이꽃은 달을 위해 피는 꽃은 아니었습니다달이 없는 그믐에도 먹구름 가득한 밤 비 오는 밤에도 핀다네요꽃의 생태가 밤에 맞기 때문이라고제 시간이면 스스로 주인이 되는 꽃저 아니어도 피는 달맞이를 알고달은 자신을 어떻게 헤아렸을까요자기 삶을 살아가면서누군가에게 꽃이 되는 일 각자의 시간에 피어나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일달이 꽃에서 자유롭기를꽃이 달에서 자유롭기를..

사람향기 2026.10.13

너의 CCTV

너의 CCTV는 서울에 있고그 문으로 들어가는데열다섯의 내가 먼저 들어가고 있었다조심해서 오라고 했을 때나는 피식 웃음이 났었는데너의 CCTV에는 석류가 붉게 물들어 있고하늘은 가을만큼 짙푸르렀다너이기도 한 곳에"너의 곳이기도 해"라는 너의 언어유희는 한낮의 유쾌한 웃음을 닮아 있었다네어떤 문은 한번 지나고 나면다시 열 수도 없는데 돌에 괴어 반쯤 열어둔 너의 옛집너와 나의 하늘이한 번도 마주한 적 없어서열려있어도 들어가지 못했던 문너의 CCTV는 오늘 어떤 하늘을 담아냈는지 뒤란 돌담에 낀 마른 이끼를 보는 일은오래전 처음이어서처음이었던 나를 만나는 일 같았다네그때의 너는 없고그때의 나도 없는데너의 마당에 들어온 나의 하늘은 푸르고 높기만 하였다네

사람향기 202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