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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첫눈입니까

누구인가 스쳐 지날 때 닿는 희미한 눈빛, 더듬어보지만 멈칫하는 사이 이내 사라지는 마음이란 것도 부질없는 것 우린 부질없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친 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낱낱이 드러나는 민낯을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날 듯 말 듯 생각나지 않아 지날 수 있었다 아니라면 모르는 사람을 붙들고 더욱 부질없어질 뻔하였다 흩날리는 부질없음을 두고 누구는 첫눈이라 하고 누구는 첫눈 아니라며 다시 더듬어보는 허공, 당신은 첫눈입니까오래 참아서 뼈가 다 부서진 말누군가 어렵게 꺼낸다끝까지 간 것의 모습은 희고 또 희다종내 글썽이는 마음아 너는,슬픔을 슬픔이라 할 수 없어어제를 먼 곳이라 할 수 없어더구나 허무를 허무라 할 수 없어첫눈이었고햇살을 우울이라 할 때도구름을 오해..

시와 수필 2026.11.08

플라타너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플라타너스,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플라타너스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먼 길에 올 제,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플라타너스,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이제 너의 뿌리 깊이나의 영혼을 불어 넣고 가도 좋으련만,플라타너스,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플라타너스,너를 맞아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ㅡ김현승(1913~1975) 플라타너스!!고대 로마 시대 언어로 현재는 사용않는 라틴어가 어원인 나무.플라타너스!! 11월이면 가닿고 싶었던 너는우뚝 존재하고 나는 너를 보고 너를 만지고 ..

사람향기 2026.11.07

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히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친구와 인생을..

시와 수필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