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빛이 고운 날입니다.
차마 펼쳐보지 못하고
깊숙한 내 영혼의 곳간에 꼭꼭 눌러둔
그대의 편지같은 노을이
서편 하늘에 걸렸습니다.
푸른 강물로 흐르다
당신의 그 노을빛을 만나던 날
비단처럼 곱게
내마음 펼쳐놓았던가요.
물결치는 곳마다 써내려간
당신의 어여쁜 편지를
아픈 줄도 모르고
심장 한가운데 꼭꼭 접어 간직했지요
바람이 없어도
내 마음이 일렁이는 날엔
당신의 노을 편지를 펼쳐봅니다
꽁꽁 감싸놓았던 내 심장에서
노을보다 붉은 핏빛이 배어나오고
어느새 한가득
출렁이며 당신으로 넘칩니다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 하나
당신이 준 선물이
그저 고맙고도 기특해서
그렁거리는 두 눈에도 가득 노을이 담깁니다
흘러가는 강물이라고
늘 푸르기만 하다고
설마 당신을 잊겠는지요.
오늘같이 하얗게
그리움이 뭉게구름으로 피어나는 날
당신이 써주신 노을 편지 펼쳐보며
비단처럼 고운 마음으로 흘러 갈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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