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인것을

구름뜰 2009. 4. 25. 16:07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의 시다.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때 국어 교과서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교과서 앞부분에 나왔던 기억이 나는데 그날 읽었을  때는 시가 좋아서 시를 쓰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런시를 아느냐고 했더니 이미 알고 있었다고 친구도 함께 공감해주어 요즘 교과서가 이렇게 좋아졌다는 등등의 이야기까지 곁들여 그날의 감상을 나눈적이 있다. 

솔직히 감동은 있었지만 [꽃봉오리]를 아이에게만 국한 되게 읽어버리고 말았던 시였다.

 

그리고 잊고 지냈다,

한데,

그제 종방한 [2009 미워도 다시한번]에서 마지막 장면에 이 시가 자막으로 나왔다. 

 

이제서야 [꽃봉오리]가 매 순간임을 느끼는 이 우매함을 어찌할꼬

내게도 매순간이 꽃봉오리 임을 이제사 알게되는 이 무딘 감성을 어찌할꼬.

 

몸이 아플때 먹어서 낫는 약이 있다면

마음이 아플때는 시를 읽어야 할 것 같다.

치유는 물론 영혼까지 맑아지게 하는 시!

하루도 빼먹지 말고 읽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