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직한 구름자리
타지 않는 일모(日慕)
텅 빈 내 꿈의 뒤란에
시든 잡초 적시며 비는 내린다
지금은 누구나
가진 것 하나하나 내놓아야 할 때
풍경은 정좌(正座)하고
산은 멀리 물러앉아 우는데
나를 에워싼 적막강산
그저 이렇게 저문다
살고 싶어라
사람 그리운 정에 못 이겨
이형기 (1933~2005)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쌓여 지금은 가야할 때"
라며 격정을 인내한 절장 '낙화'로 일지감치 시단의 축복에 싸였던 시인.
그 축복 시인에겐 또 얼마나 큰 짐 되었을까.
사람 그리운 정 인내하며 얼마나 천재는 적막강산 살아내야 했을가.
'낙화'보다 촉촉이 가슴 적시는 이 詩
이제는 그리운 정에 살고 싶다던 시인 가고 없어 강산은 더욱 적막하고..
이경철 -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