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눈내리는 아침 풍경

구름뜰 2010. 12. 28. 09:44

늦잠을 잤다.

좀체로 없는 일인데 거실에 나와 보고서야 눈 때문이란 걸 알았다.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했는지 함박눈이 정말 푸지게 내리고 있었다.

 

 

 

 

 

 

 

 

 

베란다에서 찍은 아침 풍경입니다.

 

눈내리는 밤

어느 주막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오지도 않을,

아니 올지도 모를,

나타샤를 기다리는 그런...

저녁 시간은 아니지만

눈 내리는 아침 풍경을 보면서 

백석의 詩가 생각 났습니다.

눈만 보면 생각나는 詩,

아니 이런 눈 내리는 풍경과 가장 잘 어울리는 詩 지요.

자신(백석)이 나타샤를 사랑해서 내린다고 한 눈!

정말 멋진, 오늘 같은날 감정 이입을 해보지 않을 수 없는 그런 詩 입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를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데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탸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잠시 백석의 마음이 되어 보았습니다..

 

 

 

아침 밥 먹는 동안 시동도 걸고 눈도 치워 줄겸

큰 장대우산을 들고 카메라를 들고 내려가 보았다. 

 

 마이카인데 요렇게 함박지게 눈이 덮여 있다.

저 뒷편 보이는 것이 남편 차인데 쓱쓱 쓸어내니 내리는 눈이라 금방 쓸어졌다.

대충 봐도 15센티 정도는 내린 것 같다.

아니 계속 내리고 있는 중이어서 얼마나 더 올지..

 

 

 

 

 

 

 

남편이 출근하면서 하늘 올려다 보며  들으란 듯  한마디 했다.

"이렇게 조용하게 내리면 안되지요." ㅎㅎ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웃으시고.

 "소리없는 아우성! 같은데" 라며 나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눈은 내리면서 주변 소음을 흡수한다고 한다.

덮어주는 것, 아우성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푸지게 내리면서도 조용한 것은 눈의 美德 같다.

눈 내리는 날이 더 고즈녘 한 것도 눈의 매력이다...

 

아빠 출근 길에 배웅 나온 일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눈을 뭉쳐 굴리기 시작한다..

청소 아주머니는 "너는 좋으냐?  나는 눈이 싫다."

아이는 대꾸도 없이 눈만 굴리고 있다.

눈 때문에 사람들의 말소리가 더욱 또렷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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