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도반 (道伴)

구름뜰 2011. 1. 5. 10:19

 

 

불가(佛家)에서 도반(道伴)이란 함께 도를 닦는 벗, 같은 길을 가는 수행자를 뜻한다.

 

도반은 세속을 떠난 스님들에겐 가장 가까운 의지처여서

속세로 치면 가족같고 형제같고, 연인같기도 한 그런 관계가 아닐까 싶다.

닮고 싶은 도반이 있다면 복이며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사에 신년 두달 동안 자유주제 글을 기고하게 된 친구가 있다.

갑자기 주어진 일이라 친구가 어떤 기분일지, 친구가 채워갈 지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내심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는 날들이다. 

 

내가 쓴글이 공감을 넘어 다른이에게 감동까지 주려면 그것이 어찌 쉬운 일일까.

그래서 보통 글 쓰는 일을 산고(産苦)에 비유한다.

누에가 고치를 뽑아내듯 술술 뽑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힘든 이번 과정을 통해서 친구는 상큼 발랄하고 기발한,

톡톡튀는 그녀만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글을 뽑아낼 것이다. .

 

내게는 친구의 기고(奇鼓)확정과 더불어 누리는 특혜가 있다.

아직 지면화 되지 않은 갓 해산한 원고를 제일 먼저 읽는 즐거움이다. 

"메일 보냈으니 읽어 봐 줄래요. "

따끈 따끈한 글을 읽는 기분, 그 첫글의 온기를 느끼며 생각을 터놓고 얘기하는 과정,

서로에게 잠재되어 있지만 끄집어 내지 못했던 또는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자극하고 찾는 과정,

귀를 쫑긋하고 무슨 얘기든지  듣게 되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정말 행복한 시간이 된다.

 

어떤 얘기든 글에 관한한 받아 들여 줄 것이란 걸 알아서

영양가 있는 시간이 되고, 그것이 서로에게 얼마나 열린 마음이 되는지.

오래전 처음 쓴 글, 내놓기 부끄러운 글을 제일 먼저 읽어준 친구,

조언에서 제안까지 거침없는 평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자양분이 되었는지 모른다.

 

나보다 큰 모습으로 내게 큰 도움을 주었던 친구,

그녀의 글이 내 글처럼 반갑고 설레는 마음이 되는 것도,

그녀가  아니라면 들 수 없는 마음이라는 걸 나는 안다.

 

내가 하는 일, 나를 가장 잘 알고 있고 있어서 군말없이

한마음이 되어 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되는지.

출가수행자는 아니지만 멘토같은 도반을 가졌으니 나는 복 받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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