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됐고 난 사랑에 빠져버렸다.
내 몸과 머리와 마음은 온통 그를 향해 쏠려 있고
그의 모습은 내 오른편 이마 위에 하루 종일 딱 따라 붙어 있어 나를 놔 주지도 않는다.
이 놈의 연애는 정말이지 죽어라 학습이 안 된다.
밀고 당기기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내게도 돌봐야 할 일과 생활이 분명히 있었는데
어라, 그런데 그게 뭐였지?
물론 그 남자도 내가 좋단다.
하지만 난 그를 의심에 찬 눈초리로 흘겨본다.
그에게는 그를 필요로 하는 일이 중요하고 바쁜 일이 있었고
그 역시도 그 일을 제법 아끼는 것 같았다.
그는 "일이 더 소중해, 아니면 내가 더 소중해?"란 내 질문에 무척 한심했던 모양이다
이 바보야, 넌 여자 마음 몰라도 너무 몰라.
'이 남자랑 이대로 끝까지 갈까,
아니면 점집에서 점지해준 내년의 귀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임시로 사귈까.
지금이 가장 뜨거울 시점이니 이젠 내리막길만 남았네.
어쩌면 이건 사랑이 아니고 집착이나 나르시시즘인지도 몰라.
아니면 차라리 연애 감정을 일으키지 말고 애초에 조용히 친구로 만나는 게 더 유리했을가?
어쨌든 내가 항상 더 좋아하는 역할을 하는 건 억울해.
너 모르지. 사실은 내 연봉이 너보다 훨씬 높다는 거....
어쩌면 초겨울 즈음엔 네 조건 때문에 하루아침에 널 차버릴지도 몰라.
미안하지만 그땐 마음 단단히 먹어 응?'
머리와 마음속은 이렇게 널을 뛰는데 두 눈만은 봐도 봐도 그가 너무 보고 싶어 보고 또 본다.
"왜 그렇게 쳐다봐!" 그가 물었다.
"아니, 그냥," 겉은 뜨거워 터질 것 같은데 속에서는 소방전 뿌릴 준비나 하는 나,
내 이름은 여자다.
- 임경선 '여자는 왜'
칼럼니스트 '어떤 날 그녀들이'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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