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 간
소금 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 든
나는
소금 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류시화
많지도 어렵지도 않은 말 가운데 저 ‘재다’라는 동사에 주목해보시길. 잰다는 건 머리로 파악해 안다는 것. 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지요. 그래선 도대체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 우리 모두는 수학능력과 업무능력을 소수점 이하까지 재며, 고통과 행복을, 무엇보다도 사랑까지도 욕망과 불안의 자로 계산하며 살지요. 그렇게 살고 말기엔 이 생이 너무 아깝다고, 어떠한 타산도 사랑의 위대한 힘 앞에선 불가항력적으로 녹아 없어져버린다고 이 시는 말합니다. 하지만 누가 이런 허황된 말에 귀를 기울이겠습니까. 저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걸 저도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만, 왠지 불가항력적으로……자꾸 “피 속으로” 뛰어들고 싶어져요. 바보 시인의 바보 같은 말을 다른 바보가 전해 드리는 ‘시가 있는 아침’. <이영광·시인>
*'시가 있는 아침' 입니다.
도서관 컴퓨터실 자료 찾으러 왔다가
'바보가 바보에게' 보내는 것 같은 이 시를
잴 줄 모르는 그대에게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