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 속에 당신의 두 발이 감춰져 있다.
벼랑처럼 감추어져 있다
달처럼 감추어져 있다
울음처럼 감추어져 있다.
어느 날 당신이 찾아왔다.
열매 속에서였다
거울 속에서였다
날개를 말리는 나비 속에서였다
공기의 몸 속에서였다
돌멩이 속에서였다
내 발 속에 당신의 두 발이 감추어져 있다
당신의 발자국은 내 그림자 속에 찍히고 있다
당신의 두 발이 걸을 때면
어김없이 내가 반짝인다 출렁거린다
내 온몸이 쓰라리다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머리도 눈도 가슴도아니고 발속에 있다. 몸속에 있다. 그곳에서 사랑은 어쩐지, 위태롭고 환하지만 슬픈 것으로 고여 있다. 생각해보면 사람이 사람이 사람을 두 발로 찾아오는건 참 너무도당연하지 않은가! 당신의 두 발은 당신의 전부를 싣고 와서 열매와 거울과 나비, 공기와 돌멩이... 내 생의 모든 곳에 스며든다. 나는 당신 앞에서 숨을 곳이 없다. 발속에 발이 있으면, 발이 하나면 정말 한 몸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뿌리가 하나인 느낌이 들 것 같다. 마음 깊은 곳, 무의식(그림자)에 깃든 당신이 걸을 때 나는 반짝거리고 출렁거리며 행복하다. 하지만 당신은 눈앞 어디에도 없는 사람. 그러니 나는 온몸으로 아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슬프고 아름답고 무서운 이야기다. 당신은 몸이 없는 것 같다. 아니, 있는 것 같다.
-이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