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라고 알려진 우리 네 명은 어느 날 바닷가 마을의 작은 민박집으로 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좁은 방 한 칸에서 말걸리를 부어 마시며, 우리는 삼총사라고 알려졌는데. 어째서 이렇게 할 얘기가 없는 것 일까?
어쩌면 이 여행은 우리 삼총사들의 이별 여행일지도 몰라. 여행을 떠나기 전날 학사 주점에서 밤새도록 떠들었던 이야기들이. 어쩌면 우리들의 마지막 레퍼토리.
더는 햘 얘기도 없고. 멀뚱멀뚱 서로의 상판만 보고 있자니. 정말 우리가 그렇게 친한 친구들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기분 탓일까? 어제까지 우리는 형제나 자매라도 된 것인 양. 친숙하고 친밀했는데.
우리의 유년 시절이 너무나 비슷했기에. 우리가 읽은 책. 우리가 들었던 노래. 우리가 했던 사랑. 이 모든 것이 마치 한 사람의 일처럼 비슷했는데.....
바닷가 마을의 민박집에서. 그런 것은 더 이상 우리를 한 덩어리로 만들어주지 않고. 지난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유년 시절. 다시 유년 시절의 얘기를 해보도록 하자.
유년 시절? 유년 시절이라니. 다루고 다뤄서 바닥까지 아는 얘기를 친구는 또 늘어놓았던 것인데.
나는 부모한데 많이 맞았어. 거의 학대 수준이었지. 처음 듣는 학대 이야기에 불현듯 삼총사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우리도. 우리도 맞았어. 우리도 학대를 당했다니까?
이것 참 굉장한 공감대로군. 유년 시절에 학대당한 경험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일까? 맞고 자란 우리들의 취향. 우리들의 사랑. 미친 부모를 만난 탓으로. 우리가 서로 닮은 것일까?
아빠가 창밖으로 나를 던졌지. 2층에서 떨어졌는데 한 군대도 부러지지 않았어. 격양된 삼총사는 어떻게 얼마나 맞고 컸는지 신나게 떠들어대는 것이었다.
니가 2층에서 떨어졌다고? 나는 3층에서 던져졌단다. 다행히 땅바닥이 잔디밭이라 찰과상만 조금 입었지. 어째서 우리를 던진 것일까? 아빠가 4층에서 나를 던졌어.
그게 말이 되는 소리니? 어떻게 4층에서 던져졌는데도 그렇게 멀쩡하게 살아남았어? 게다가 어떻게 그런 부모랑 아직도 한집에서 살수가 있니? 너한데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은 너를 이해한단다. 내가 더 학대받았으니까. 나는 골프채로 두들겨 맞고 알몸으로 집에서 쫒겨났거든. 우리는 서로의 손을 부여잡고. 그랬구나. 너도 알몸으로 쫒겨났구나. 여름에 쫒겨났니, 겨울에 쫒겨났니? 나는 겨울에 쫒겨났었어.
정말로 겨울에 쫒겨났었니? 아무리 친구의 부모라지만 정말로 너무한 부모들이군. 니가 우리 삼총사중에 가장 많이 맞고 컸구나......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보니. 더 이샹 할 얘기가 딱히 없었다.
- 김승일
같은 부대 동기들
군대에서 세례를 받는 우리들. 첫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서 운동장에 앉아 수다을 떨었다.
난 이런 죄를 고백했는데. 넌 무슨 죄를 고백했니? 너한덴 신부님이 뭐라 그랬어?서로에게 고백을 하고 놀았다.
우린 아직 이병이니까. 별로 그렇게 죄진 게 없어. 우리가 일병이 되면 죄가 조금 다양해질까? 우리가 상병이 되면...... 고백할 게 많아지겠지? 앞으로 들어올 후임들한데. 무슨 죄를 지을지 계획하면서. 우리는 정신없이 웃고 까분다.
웃고 까부는 건 다 좋은데. 성사를 장난으로 생각하진 마 우리가 방금 나눈 대화도 다음 성사 때 고백해야 돼 어렸을 때 세례를 받은 동기가 조심스럽게 충고를 하고.
역시 독실한 종교인은 남다르구나. 너는 오늘 무슨 죄를 고백했는데? 우리는 조금 빈정거렸다.
나는 생각으로 지은 죄도 고백하거든. 대부분 끔찍한 것들이라서. 알려줄 수는 없을 것 같아.
팔다리를 잡고 간지럼을 태웠는데도. 너는 절대 고백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는 겁이 났다. 저 독실한 신자 녀석. 끔찍한 생각을 하고 있어서
- 김승일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렇게 소중했던가 (0) | 2013.01.28 |
---|---|
타이어의 못을 뽑고 (0) | 2013.01.25 |
외양간 마구간 가슴간 (0) | 2013.01.21 |
낯선 곳 (0) | 2013.01.16 |
"응" (0) | 2013.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