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말한 어느 문호의 글 행간에서
비스킷 부스러기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잔머리를 굴리는 바퀴벌레
같은 여자와 사랑에 빠진 후로
나는 술이 늘었다 다시 말해
술병과 그녀를 번갈아 쳐다보는 우울한 날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내 시는 늘 크레디트 카드를 지니고 다닌다
잘 빠진 자동차를 보면
성적 충동을 느끼는 내 시는 이따금
대책 없이 옆길로 새서 애를 먹이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막장 같은 곳이라도
가보면 어디론가 길이 나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리모컨부터 찾는 내 시는
주말에 북한산 계곡에서
사철탕을 먹기로 했다 문학은
내 속을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다 업자한테 속아
아파트 물딱지를 산 뒤로 내 시는
매사에 이면을 들춰보는 버릇이 생겼다
중국산이 아니냐고
잘 놀고 있는 광어를 뒤집어보듯이
제 속도 못 믿고
그 속에 또 나도 모르는 뭐가 있지나 않은지
궁금해 뒤적이고 있는 내 시는
된통 감기에 걸려 콩나물국을 끓여 먹고
이제 막 잠든 내 시는
-장경린(19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