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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뜰 2016. 3. 16. 04:18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는 그늘이다

산수유나무의 농사 /문태준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해마다 봄이 오고 산수유 꽃만 보면 이 詩가 생각난다


한번 강한 인상을 준 것들은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다

 그것이 생각이나 규범을 만들고 습관을 만들어

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각이 되고 행동이 된 것들은 어느새 내 틀이 된다.


틀은 유연함과는 상극이다.

늘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어제와 오늘이 같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이 길어지고 따뜻해지는 길은

언제나 물길처럼 유연함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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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핀 연꽃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 겨울 이 강물은 얼음이었을 것이다


오래전 이곳에서 놀았다는 지인은 

전리품인양 연근을 캐서 귀가하면 부모님이 반가워하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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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샛강이 철새도래지와 산책코스로 원형!이 보존되고 있다

철새 도래지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오로지 이곳만 생각하고 오기 때문이다

 저어새 같은 경우는 러시아에서 보름정도(먹지도 자지도 않는다고 했던 것 같다)

날아서 우리나라로 온다고 한다


 



어릴적, 고향에서도 어르신들은 논두렁 밭두렁을 태웠다.

집 앞 담벼락아래 양지에서 놀다보면

논두렁들이 하얗게 꼬리를 물고 연기를 피워올리면

그 뒤로 배경처럼 산아래 쪽에서 투명한 아지랑이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내가 본 아지랑이는 이맘때 봄의 전령이었

고향에서 본 것이 다였다.


아지랑이를 신호로 머지 않아 산색이 부끄런 빛을 띄면

동무들과 참꽃을 꺽으러 갔다.

작년에 갔던 그자리 그곳으로

철새가 늘 같은 곳으로 찾아오는 것처럼, 

그자리 그곳에 가야 먹을 것이 많았다.


 참꽃을 한아름씩 꺽어와 장독대 항아리에 꽂아두기도 했다

참꽃은 봄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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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왼손을 다쳤는지 오른손만으로 쑥을 캐고 계셨다

얼마나 캐고 싶었으면 나오셨을까

 

할머니는 저러고 앉아서 봄을 쬐는 것이리라

저것이 얼마나 기분좋은 일인지 해본 사람은 안다


입맛이 철따라 있듯이

그 때 아니면 해 볼 수 없는 일이 있다

나물캐는 일은 입맛과는 상관없이 그냥 이맘때 해보고 싶은 일이다


물놀이 하던 아이들이 연근 캐서 집으로 간 것처럼

 나물을 캐 가면 어머니가 좋아하던 기억 때문에

그 일이 아직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봄 동산을 뛰어다니던 유년기는 너무나 오래전이고,

이제는 느긋이 봄볕을 즐기는 나이다.

봄마중 나가지 않아도 오겠지만

이 쯤 오고 보니 눈에 드는 모든 것이 흥겹다



 

봄!


모든 것이

너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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